양분될 서방 경제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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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전후 세계무역을 지배해 온 미국과 거대한 새 경제「블록」으로 이에 도전하고있는 EEC(구공시)간의 이해가 상충하는 가운데 아무 성과없이 폐막된 최근의 「가트」 연차 총회는 불원 세계무역에 일대 전기가 올 것을 예고해 주고있다.
세계무역은 전후에 몇 차례의 전기를 겪은 경험이 있다. 1948년 「아바나」 헌장을 통해 탄생한 「가트」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를 비롯, EEC를 탄생시킨 57년의 「로마」조약, 62년 미국의 통상 확대법, 그리고 67년의 「케네디·라운드」등의 모두 전기를 가져온 주요 사건들 이었다.
그러나 세계무역은 여러차례의 전기에 불구하고 「가트」를 무대로 관세 및 비관세장벽의 점진적인 완화 내지는 제거를 통한 통상증대를 꾸준히 모색해 왔는데, 미국·「캐나다」·호주·일본 등이 EEC를 국제무역의 일반법칙을 저해하는 『점점 커가는 괴물』이라고 비난한데 대해 EEC 가맹 6개국과 EEC가입을 추진중인 영국은 이를 정면으로 부인하고 나섰다.
현재 미국이 EEC를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째가 EEC의 농업정책이고, 둘째는 EEC가 계속해서 제삼국과 호혜협정을 확대해 나가고 있는 점이다. 미국은 이러한 EEC의 움직임이 미국의 이익에 상반된다는 것이다.
미국의 농산물수출량은 총 수출실적의 20%를 차지하고 있는데 EEC가 농업정책의 성공으로 역외로부터의 농산물수입을 격감시켰기 때문에 미국은 물론 「캐나다」「뉴질랜드」 등 세계주요 농산물 수출국들의 수출량은 최근 수년간 정체돼왔을 뿐 아니라 계속 심한 타격을 받고 있다.
또 EEC는 지난해 역외국인 「모로코」「튀니지」, 그리고 「레바논」과 관세상의 호혜협정을 맺는데 이어 곧 「이스라엘」「스페인」 「유고」「알제리아」 및「이집트」와도 호혜협정을 맺을 것으로 기대되어 결국 서방세계는 크게 두 개의 경제권으로 나누어지며 미국은 싫든 좋든 「라틴·아메리카」시장만을 확보할 수밖에 없는 입장에 놓였다.
이에 대해 현재 선진국간 무역량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는 EEC는 장차 영국이 가입하게될 경우 그 점유율이 2분의 1로 증가될 전망이다.
미국은 「가트」를 창설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그러나 국가간의 관세장벽을 제거하겠다는 「가트」의 이념은 초기에 미 의회 내 보수주의자들의 반대로 큰 성과를 이룩하지 못한 채 해마다 회의만을 거듭해 왔었다.
이러한 풍토 속에서 EEC가 탄생했으며 EEC의 출현으로 「유럽」이라는 거대한 시장을 잃게 될 위험에 빠지자 비로소 미국은 1962년 통상 확대법을 제정, 관세인하에 발벗고 나섰던 것이다.
그러나 이미 때는 늦어 EEC는 「가트」를 외면한 채 역내결속을 강화했으며 이어 그 세력을 북아와 「그리스」등으로 뻗쳐가고 있다. 따라서 이제 「가트」는 EEC의 적극적인 참여 없이는 무력한 존재가 될 단계에 이른 것이다.
요컨대 미국은 이 기회에 EEC가 거대한 세력으로 등장한 지금 세계무역은 과거 미국이 홀로 세계무역을 주름잡던 때와는 다르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할 것 같으며 이러한 정세 만회와 관련해서 볼 때 72년쯤 세계무역의 현안문제를 타개하기 위한 대규모 국제회의가 열리지 않을까 전망된다.

<이코너미스트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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