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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양적완화 축소론 다시 고개 … 세계증시 출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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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미국 경기지표가 갈수록 호전되자 연방준비제도(Fed)의 경기부양책인 ‘양적완화(QE)’ 축소 발언이 줄을 잇고 있다. 더욱이 Fed 내에서 양적완화 정책을 지지해 온 ‘비둘기파’까지 가세하고 나서 세계 금융시장이 동요하고 있다. 찰스 에번스(사진)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6일(현지시간) 시카고에서 기자들과 만나 “양적완화 축소를 다음 달 시작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그는 “미국 경제성장률이 올 하반기 2.5%로 높아지고 내년엔 3%를 넘을 것”이라며 “이런 기조가 유지된다면 연준은 올 하반기부터 양적완화 규모의 축소에 착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양적완화 축소 시기는 어디까지나 경기회복 속도에 달렸다”며 “내년 중반께 실업률이 7%로 떨어지면 양적완화 중단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에번스 총재는 Fed의 통화정책 결정기구인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의결권을 가진 멤버로 비둘기파로 분류된다.

 이날 중도파로 꼽히는 데니스 록하트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양적완화 축소가 올해 남은 세 차례의 FOMC 정례회의에서 시작될 수 있다”며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의 연설이 없는 10월에 단행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올해 남은 FOMC 정례회의는 9월, 10월, 12월 세 차례이며 9월과 12월엔 회의 후 버냉키 의장의 기자회견이 이어진다. 다만 록하트 총재는 올해 FOMC에 의결권이 없어 발언의 무게감은 떨어진다.

 이에 앞서 연준 내 대표적 ‘매파’인 리처드 피셔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실업률을 고려할 때 양적완화 축소 시점이 더 가까워졌다”며 “지난주 열린 FOMC 회의에서 자신이 다른 위원들에게 이번 가을에 행동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피셔도 올해는 의결권이 없다. 7일에는 찰스 플로서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장과 샌드라 피아날토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장의 연설이 예정돼 있다.

 지역 연준 총재들이 양적완화 축소 시기를 잇따라 언급하고 나선 걸 두고 내년 1월 퇴임 예정인 버냉키 의장의 레임덕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내년에는 FOMC 멤버 12명, 지역 연준 총재 4명이 순번제로 의결권을 새로 부여받게 된다. 그런데 새로 교체되는 필라델피아·클리블랜드·댈러스·미네아폴리스 지역 연준 총재는 매파 성향이 강해 양적완화 축소와 중단에 가속도가 붙을 공산이 크다.

 이와 같은 양적완화 축소에 대한 우려 때문에 7일 주요국 증시의 주가가 일제히 떨어졌다. 코스피지수는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매도에 밀려 전일보다 28.29포인트(1.48%) 하락한 1878.33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날 외국인이 1450억원, 기관은 508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일본 닛케이지수도 이날 576.12포인트(4%) 급락한 1만3824.94를 기록하며 1만4000 선 아래로 주저앉았다. 동양증권 이재만 연구원은 “이날 증시가 미국의 양적완화 연내 축소 가능성에 영향을 받은 건 맞지만 이 문제는 이미 5월부터 시장에 노출됐기 때문에 앞으로의 충격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정경민 특파원, 홍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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