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음악 후배들 얼싸안은 가왕 … 함께 '여행을 떠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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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소닉 2013’의 주제가 ‘여행을 떠나요’를 녹음하고 있는 조용필. [사진 포츈엔터테인먼트]

“잘한다!” 조용필이 녹음실 안을 들여다보며 연신 외쳤다. 스튜디오 안에서 ‘여행을 떠나요’를 부르는 딕펑스의 보컬 김태현을 향해서다. 5일 밤 11시 서울 대치동의 한 스튜디오에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 DJ DOC·DJ KOO(구준엽)·버벌진트·딕펑스·좋아서하는밴드 등 후배 가수 15팀이 모여들었다.

 14, 15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일대에서 열리는 도심형 록페스티벌 ‘슈퍼소닉 2013’ 출연진들이다. 조용필의 히트곡인 ‘여행을 떠나요’를 슈퍼소닉 주제가로 녹음하는 자리였다. 조용필이 처음으로 출연하는 록페스티벌, 평소 단독활동에 주력해온 그가 후배들과 함께하는 드문 행사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조용필은 이날 당초 후배들의 녹음이 끝날 즈음인 새벽 1시쯤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일찍부터 스튜디오에 나와 모든 후배들의 보컬 녹음을 직접 지휘했다. 바싹 긴장한 후배들 앞에 선 대선배는 칭찬을 아낌없이 쏟아 부었다.

 “후배들이 잘 해요. 각자 스타일이 있기 때문에 저는 다 좋은 것 같아요.”

 후배들의 개별 녹음이 끝나자 조용필이 녹음실에 들어가 마이크를 잡았다. 이를 지켜보던 DJ DOC 김창렬은 “목소리에 파워가 그냥…”이라 감탄하더니 조용필 창법을 흉내내기도 했다.

 새벽 1시를 넘겨서도 녹음은 계속됐다. ‘메아리 소리가 들려오는’으로 시작하는 후렴구는 모든 팀이 합창하기로 돼 있었다.

 조용필은 “합창을 녹음할 땐 발 구르는 소리가 들어갈 수 있어 바닥에 카펫을 깔아야 한다”며 꼼꼼하게 녹음실 환경을 챙겼다. 합창이 시작되자 조용필은 연단 앞에서 박수를 유도하는 등 신나는 분위기가 되도록 후배들을 노련하게 이끌었다. 마지막엔 후배들 틈에 들어가 함께 노래를 불렀다. 대선배 앞에서 바싹 긴장했던 막내들도 결국엔 서로 얼싸안고 발을 구르며 열창했다.

 조용필은 슈퍼소닉 출연료를 전액 기부해 인디 밴드를 위한 ‘헬로 스테이지’를 만든다.

 “인디밴드가 설 수 있는 무대가 많지 않아요. 이번 기회에 같이 한 번 해보자는 취지에서 이렇게 오게 됐죠. 록페스티벌에 외국 가수가 많이 오지만 우리나라에서 하는 행사인데, 우리 젊은 팀을 많이 소개하는 것도 좋잖아요.”

 오디션에 지원한 120팀 중 조용필이 선택한 건 ‘선인장’과 ‘로열 파이럿츠’ 두 팀이다. 로열 파이럿츠는 “방에서 힘들게 연습했지만 이런 무대는 꿈도 못 꿨다”며 감사를 표했다. 선인장은 "오디션 때보다 더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

구혜진·김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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