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1)혐의 벗은 아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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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작년 12월 11일 아빠가 납북된 후 우리 가족은 딴 납북 가족이 받은 고통 이외에 간첩의 가족이란 누명까지 써 지난 66일 동안은 어느 한사람의 동정의 눈길조차 받지 못한 채 가장을 잃은 아픔과 간첩의 부인·딸이란 이중고 밑에 신음하는 나날이었다.
그러나 이제 아빠에게 혐의가 없다는 것이 만천하에 밝혀진 이상 나도 떳떳이 북괴에 남편의 송환을 요구 할 수 있게 된 것만도 한시름이 놓인다.
나는 있는 힘을 다해서 현재 북괴에 억류되고 있는 11명의 송환 운동을 벌일 셈이다.
아무리 공산 독재 국가인 북괴라 하지만 이렇게 비인도적으로 억류하고 있는 처사는 잔악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고문으로 병신이 된 손씨를 TV에서 보고 나도 모르게 주먹이 불끈 쥐어지고 치가 떨렸다.
이런 북괴의 만행을 세계 여론에 호소하여 국제적으로 그들을 고립시키고 11명의 억류자를 보내주지 않고선 못 배겨나게 끔 여론이 조성되었으면 한다.
송환자들의 기자 회견이 있기 전까지 나는 일방적으로 아빠를 간첩으로 몰아버린 정부 당국에 대해 심히 불쾌했지만, 이번 송환자들을 보고 정부의 송환 노력에 감사하며 남은 11명에 대해서도 계속적인 정부의 교섭과 노력을 바라고 싶다.
나는 오늘 국제 적십자 총재에게, 큰딸 은주는 세계의 모든 아빠 엄마께 『억류된 11명을 가족들에게 빨리 돌려 달라』는 편지를 냈다.
나는 아빠의 무사 귀환을 믿는다.
언젠가 올 그날을 위해, 나는 세 자매를 훌륭히 기르는 것이 고생하고 있는 아빠에 대한 도리라고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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