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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류 11명 못 돌아올 이유 없다|당장 돌려보내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아직도 자유대한의 품에 돌아오지 못하고 북괴에 강제 억류중인 11명의 미귀환 가족들은 17일 상오 납북 당시보다 더 쓰라린 고통을 되씹으면서『못 돌아올 이유가 없는 그들을 하루속히 돌려보내라』고 세계인류의 양심에 호소했다. 이날 대한적십자사·한국기자협회 및 각 사회단체에서도 이들의 조속 송환을 위해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발벗고 나섰으며 전국의 대학생을 중심으로 한 자유시민들도 『북괴가 아무 이유 없이 11명을 계속 강제 억류하는 것은 인류 양심에 위배되는 잔인성을 여실히 드러낸 것』이라고 규탄하고 있다.
이날 납북기의 기장 유병하씨의 부인 엄영희씨(37)는『39명이 돌아왔는데 간첩 조를 제외한 11명이 못 돌아올 이유가 없다』고 북괴의 처사에 분개했고 유씨의 아들 한민군 (10·신용산국민교) 은 『하루 빨리 죄 없는 아빠를 돌아오게 해달라』고 국적총재에게 전문을 보냈다,
민간 사절단의 일원으로「제네바」각국을 돌아다니며 송환운동을 벌이다가 지난 14일 귀국한「스튜어디스」성경희양의 아버지 성충영씨(49)는 『송환교섭을 해온 보람도 없이 내 딸이 돌아오지 못한데 너무나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하면서 KAL 본사와 외무부 등을 돌아다니며 『39명의 귀환자 보다 11명의 미 귀환자들의 조속 송환이 이젠 더 큰 문제』라면서 송환대책을 촉구했다.
또「스튜어디스」정경숙양의 오빠 정현수씨(41) 부부도 『북괴가 세계의 망나니로 소문났다지만 미귀환 가족들의 아픈 마음을 만분의 일이나마 안다면 즉각 돌려보내야 할 것』이라고 호소하면서『정부의 송환교섭과 발맞추어 일하겠다』고 했다.
남편을「자유의 다리」까지 마중 갔다가 돌아오지 않아 땅바닥에 졸도했던 장기영씨의 부인·이순화씨(36)는 『어린 4남매를 데리고 어떻게 살아가느냐』면서『관계당국이 하루 속히 송환대책을 세워 삶의 길을 터 주기』를 바랐고 납치범으로 발표됐다가 누명을 벗은 채헌덕씨의 부인 김수련씨(34)는『억울한 남편의 명예회복은 돌아온 후에 생각하겠다』면서 『보다 광범하고 적극적인 송환교섭에 당국이 힘써줄 것』을 호소했다.
날마다 남편의 귀환을 기도로 빌었던 임철수씨의 부인 노점순씨(44)는 16일 하오 이번에 돌아오지 못한 11명을『계속 노력을 아끼지 마시고 조속 아빠가 우리 가족의 품에 돌아와 주시기를』간절히 비는 탄원서를 대한적십자사 총재에게 보내 『실망과 희망이 엇갈리는 나날을 보내다가 14일 정말 돌아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뛸 뜻이 기뻐 아이들을 껴안고 엉엉울기 까지 했는데 그 아빠가 못돌아오신다니 무슨 청천의 벽력입니까?』 라고 미귀환 가족의 안타까움을 호소했다.
한편 대한적십자사는 우선「이산 가족재회」(이산가족재회)의 원칙에 따라 11명의 미 귀환자들이 조속히 송환되도록 협조해 줄 것을 요청하는 전문을 국제적십자위원회와 관계 국제기관에 보내는 등 다각적인 교섭에 나섰으며 대학생들은 「미귀환자 조속 송환을 촉구하는 궐기대회」를 여는 등 자유시민의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 또 한국기자협회는 17일 상오『미귀환자인 기협 회원 김봉주씨(28·영동방송기자)와 황원씨. (33·영동방송PD) 등 언론인은 물론 미 귀환자 전원을 송환할 것』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국제기자연맹, IPI (국제신문인협회) 등 국제 언론기관에 대해 이들의 조속 송환에 적극 협조해줄 것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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