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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청와대, 시행착오 극복하고 새 출발 하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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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박근혜 대통령이 집권 6개월도 되기 전에 청와대를 전격적으로 개편했다. 비서실장과 4명의 수석을 새로 임명했다. 이는 그만큼 초기 인선에 문제가 있었으며, 대통령이 국정운영 동력에 위기감을 느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청와대는 국정의 신경중추다. 그런 청와대가 인사파동의 중추였다. 검증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지 않아 낙마 사태가 이어졌다. 윤창중 사건은 홍보수석실을 비롯한 청와대 핵심 부서의 기강 해이와 갈등을 잘 보여주었다. 사건 처리 과정에서도 중대한 하자가 드러났다. 이런 가운데 허태열 비서실장이 ‘정권의 내무반장’이나 ‘쓴소리 담당’을 제대로 하고 있느냐는 의문이 제기돼 왔다.

 이번 개편은 비서실장과 민정·미래전략·고용복지 수석 등 내치(內治) 부분에 집중됐다. 외교나 안보·대북 분야에는 전혀 변화가 없다. 내정(內政)에 대한 국민의 불만을 대통령이 의식하는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은 2기 참모진으로 심기일전을 보여주려 한다. 하지만 몇 가지 의구심이 생긴다. 74세 김기춘 신임 실장은 법무장관과 3선 의원의 경륜을 갖고 있다. 그러나 그는 법무장관을 그만둔 후 1992년 12월 부산 초원복국집 사건의 주역으로 김영삼 후보를 위한 관권선거에 관여한 전력이 있다. 이는 박근혜 정권의 ‘원칙과 법치’ 이미지에 상처를 줄 수 있다.

 김 실장은 박정희 대통령의 법률비서관, 정수장학회 출신 모임의 회장, 박정희 기념사업회 이사장, 박근혜 측근 7인 원로회의 멤버라는 경력을 지녔다. 그는 박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이해하고 대통령과 호흡을 맞출 수 있는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론 그런 경력 때문에 ‘예스맨(yes man)’ 비서실장으로 머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 김 실장이 극복해야 할 과제다.

 박준우 정무수석은 정치 경험이 없는 외교관 출신이다. 이 때문에 유독 그런 인물을 발탁해야 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정무수석의 활동 여건이 과거와 다른 건 사실이다. 정치가 주로 여야 간 협상으로 이뤄지고 대통령이 공천에 개입할 여지도 대폭 줄어든 것이다. 대통령이 이런 점을 고려해 실험을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통령이 야당과 교섭해야 할 때 ‘무 정치 경험 정무수석’이 기능을 충족하지 못할 우려도 있다.

 청와대 개편이 보여주듯 지난 6개월 동안 시행착오가 많았다. 실수 치고는 대가도 너무 컸다. 2기 청와대 앞에는 난제가 쌓여 있다. 남북 교착으로 인한 북한의 도발 가능성, 일본과의 갈등, 야당과의 첨예한 대립, 세수(稅收) 감소가 증명하는 저성장과 우려되는 중앙·지방 재정적자, 불투명한 창조경제와 애매한 기업 투자 등등.

 김기춘의 새로운 청와대는 신경중추의 기능을 회복해야 한다. 내년 6월엔 지방선거가 예정돼 있어 정쟁이 더욱 드세질 가능성이 있다. 9월 정기국회를 계기로 경제 살리기와 민생 증진 쪽으로 국정의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