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기 납북 간첩 조창희 단독범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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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지난해 12월 11일 북괴로 강제 납북된 KAL기 피랍자 51명 중 39명(남 33·여 6명)이 65일 만인 14일 하오 4시 44분 판문점을 통해 자유대한으로 돌아왔다. 귀환자들로 부터 KAL기 납북사건의 경위를 조사한 중앙정보부·내무부 합동조사반은 15일 하오 3시 중앙정보부에서 마련된 귀환자들과의 기자회견 석상에서 YS·11기는 강릉비행장을 이륙한지 10분만에 북괴의 지령을 받고 승객을 가장한 고정간첩 조창희의 단독범행에 의해 납북된 것이라고 발표했다. 조를 제외한 기장 유병하씨(37) 등 승무원 4명과 장기영씨(43) 등 승객 7명 등 11명과 기체는 송환되지 않았다. <3·4면에 관계기사 및 화보>

<11명은 강제로 묶인 것 귀환자회견>
합동조사반의 발표에 따르면 KAL기는 작년 12윌 11일 낮 12시 25분 강릉비행장을 떠나 서울을 향해 정상비행을 하던 중 12시 35분쯤 왼쪽객석 맨 앞자리에 승객을 가장하고 타고있던 조창희가 갑자기 조종사실에 침입, 권총으로 조종사를 위협하여 납북, 이날 하오 1시 5분 함흥 남쪽 연포 비행장에 강제 착륙시켰다고 발표했다.
조는 대한민국의 군사·정치·경제 등의 정보를 수집, 월북을 노리다가 북괴의 지령을 받고 KAL기 납북을 계획, 이날 승무원·승객 등 50명을 납북했다는 것이다.
납북된 후 승객과 승무원들은 북한 함흥을 거쳐 12월 14일 평양으로 이송되어 개인별로 수용된 뒤 심한 전기고문, 약물고문, 세뇌 등으로 정신이상자가 생기는 등의 인간이하의 고통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11명의 미귀환자들이 북괴에 의해 일방적으로 억류되었다고 밝히고 한국국민과 전세계자유민은 아직도 북괴에 억류된 승객과 승무원·기체를 즉각 송환할 것을 촉구해야한다고 말했다. 북괴는 지난 14일 하오 4시 『귀환 희망자들을 판문점을 통해 돌려보내겠다』고 방송한 뒤 하오 4시 30분 JDO(공동일직장교단)를 통해 짤막한 전화「메시지」만을「유엔」측에 통고했을 뿐, 송환에 아무런 조건도 달지 않았으며 인수증이나 송환확인 「사인」의 수교도 없이 4시 44분「유엔」군 측에 인도를 끝냈다.
이날 한국측은 내무·보사·국방·중앙정보부·대한적십자사대표 등으로 구성된 인수반과 군사정전위원회 수석대표 최철 소장, 차석대표 오윤경 준장, 연락장교단장 김재엽 대령, 「유엔」군 측 비서장 「모리스·E·제섭」대령 등이 하오 4시 30분「헬리콥터」편으로 판문점에 도착 39명의 귀환자를 인수했다. 정부는 그 동안 인도 등 중립국과 국제적십자위원회 (ICRC) 그리고 미·영 등 우방국을 통해 송환 교섭을 벌이는 한편 판문점 군사정전위원회를 통해 북괴측에 송환을 요구했었다.

<귀가는 21일께 방역검사 늦어 오늘 가족 면회만>
귀환자 39명은 16일 상오 11시부터 가족들을 30분간 면회하나 방역 정밀검사가 끝나는 21일까지 집에 돌려보내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은 이때까지는 귀환자들과의 개별적인 면회도 일체 금지키로 했다.

<귀환자 39명>
▲강기화 (48· 충남 대전) ▲구자득 (30· 중부체신청 경리계장) ▲권오집 (43· 서울 성북동 2의 47) ▲최돈숙 (39·여·권오집씨처) ▲금상조 (23·서울 화양동) ▲김보성 (25· 의정부시) ▲김영희 (김보성씨 매·의정부시 삼호정 종업원) ▲김성옥 (31·여·서울 숭인동) ▲김재희 (40·전남 진도) ▲김진규 (36·중부체신청 감사계) ▲김후식 (42·강원 명주군· 영동건설 경리부장) ▲박명원 (37·여·서울 상도1동) ▲박승균 (28·강릉 경포중 교사) ▲박익동 (54· 명주군 농협조합장) ▲석영호 (20· 강릉 대동공업 종업원) ▲손호길 (30·강릉 포남동) ▲윤원구 (56·서울 상월곡동) ▲이경헌 (37·경일기공사 사장·서울 염리동) ▲이광호 (43·서울 미풍상사 판매과장) ▲이대영 (61·제재업·속초) ▲이치호 (52· 강원여객 경리부장) ▲장영길 (24·강릉) ▲장부영 (41·경기도 여주) ▲조육웅 (33·강릉 영림라사 주인) ▲주운섭 (45·강릉시 계명택시 전무) ▲정하보 (63·목재상·경기 광주) ▲최기 (42·강릉 주문진) ▲최동희 (36·강릉농고 강사) ▲최신식 (30·강릉택시 주인) ▲최영갑 (48·한전 강원지점) ▲최영옥 (31·여·경기 안성) ▲한덕호 (29·현대건설 사원) ▲허대욱 (34·서울 용산구 서계동 95) ▲현석호 (35·한전 영동건설 직원) ▲현계환 (39·중부 체신청 감시계) ▲홍임례(68·여·강릉) ▲윤병선(31·강릉) ▲백용인 (23·강릉) ▲최원일 (28·서울 현저동)

<미귀환 11명>
▲유병하 (37·남·기장) ▲최석만 (37·남·부기장) ▲성경희 (23·여·스튜어디스) ▲정경숙 (23·여·스튜어디스) ▲조창희 (43· 남· 속초) ▲김봉주 (남·28·영동방송국 프로듀서) ▲임철수 (남·49·서울 제기동 889) ▲장기영 (남·41·국민운동 경기지부장) ▲채헌덕 (남·35·강릉 자혜의원 장) ▲황원 (남·33·영동방송국 기자) ▲이동기(남·48·강릉 합동인쇄소 대표) ▲최정웅 (남·29·한국슬레이트 강릉지점)

<억류자 자유의사 묻자|국적에 미귀환자 송환 협조 요청>
정부는 16일 상오 KAL기 피랍자 중 미귀환자가 그 의사에 반해 북괴에 강제억류 되어있다고 판단, 그들의 송환을 위한 대책을 마련했다.
15, 16일 이틀동안 관계자들은 일련의 대책회의를 가졌으며 우선 「이산가족 재회의 원칙」(53·57·65년 국적결의)에 따라 조속히 송환되도록 협조해줄 것을 요청하는 전문을 ICRC (국제적십자위원회) 등 관계 국제기관에 보냈다.
정부는 미귀환자들이 자기의사에 반해 억류되고 있으므로 ICRC나 판문점군사정전위를 통한 이들의 자유송환 의사확인도 요청할 것을 검토하고있다.
정부는 또 북괴가 65일 동안 납북된 KAL기 탑승자들을 강제억류 하면서 전기·약물 고문, 세뇌 공작 등 갖가지 비인도적 만행을 저지르고 심지어 정신이상자까지 나오게 한 사실을 중시, 이를 전 재외공관을 통해 ICRC와 우방국에 알려 이 만행을 규탄키로 했다.

<강력· 다각노력 전개>

<박대통령 지시>
박정희 대통령은 16일 상오 납북 KAL기의 미귀환자 전원과 기체의 조속한 송환을 위해 강력하고 다각적인 노력과 조치를 취하라고 내각에 지시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상오 최규하 외무· 박경원 내무· 신범식 문공 장관과 김계원 중앙정보부장 등 관계각료들을 청와대로 불러 납북 KAL기 승객의 일부 송환에 관한 상황보고를 들은 뒤 이같이 지시했다.
박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귀환자를 통해 밝혀진바 납북 기간동안의 인간이하의 대우와 미귀환 인사들이 자의에서가 아니라 강제로 억류되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최근 말썽이 되고있는 세균 밀수행위 등 북괴의 비인간적 만행은 마땅히 전세계인류의 이름으로 규탄되어야한다』고 강조했다.
박대통령은 또 납북 KAL기의 승객 송환을 위해 그간 여러가지로 힘써준 국제적십자위원회를 비롯한 관계기관에 우리정부의 심심한 감사의 뜻을 전달하도록 지시했다고 강상욱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박대통령 위문 비서실장 보내.>
박정희 대통령은 2개월 동안 공포 분위기 속에서 고초를 겪은 납북 KAL기의 귀환승객들에게 16일 상오 김정렴 비서실장을 시켜 이들을 위문하도록 했다.
정일권 총리도 이날 최규하 외무 박경원 내무 임충식 국방 백선엽 교통 신범식 문공 서일교 총무처 장관을 대동하고 귀환자들을 위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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