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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화 돕고 노화 막고 힘 보충 … 흑초는 '신의 물방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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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엔 건강 위협요소가 곳곳에 숨어 있다. 우선 폭염에 땀을 많이 흘려 수분 손실이 크다. 무더위에 습도도 높아 불쾌지수가 높다. 뜨거운 태양에 피부가 상하고 면역력 약한 노약자에겐 냉방병이 위협한다. 하지만 무더위 속에서도 오랫동안 건강을 지켜온 마을이 있다. 일본 규슈(九州) 남단 가고시마현은 아열대성 기후로 연중 무더운 날씨가 계속되지만 세계적인 장수촌으로 꼽힌다. 이 마을의 장수 비결로 지목된 건 다름 아닌 ‘흑초(黑醋)’. 올여름은 흑초로 건강을 다지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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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수 아미노산 8종 중 7종 함유

식초 중에서도 흑초는 영양이 최고다. 흑초를 두고 ‘식초의 왕’이라 일컫는 이유다. 현미를 짧게는 20일, 길게는 6개월 발효하면 흑초가 완성된다. 이때 현미의 아미노산과 당이 결합하면서 갈변현상을 일으킨다. 흑초의 색이 검은 이유다. 국내 식초박사 1호인 계명대 식품가공과 정용진 교수는 “흑초는 아미노산의 보고다. 원료가 현미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우리 몸은 아미노산을 필요로 한다. 근육·내장·혈액 등 인체의 많은 부분은 단백질로 구성돼 있다. 이 단백질은 다양한 아미노산으로 결합돼 있다. 아미노산은 면역물질의 구성성분이다. 뇌 기능을 활성화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이러한 아미노산은 총 20종. 이 중 12종은 체내에서 스스로 만들어진다. 하지만 8종은 체내에서 합성되지 않는 아미노산이다. 이것이 바로 필수아미노산이다. 필수아미노산은 음식을 통해 따로 섭취해야 한다. 만약 인체에서 필수아미노산이 하나라도 부족하면 단백질이 합성되지 않아 다른 아미노산의 활동을 저해한다. 흑초에는 아미노산 20종 중 17종이 함유돼 있다. 이 중 필수아미노산이 7종(발린·메티오닌·이소류신·류신·페닐알라닌·리신·트레오닌) 들어 있다.

고기 먹을 때도 소금보다 흑초가 좋아

무더운 여름철엔 소화력이 떨어지고 무기력해질 수 있다. 이를 두고 한의학에서는 ‘땀을 방출하기 위해 내장(위) 쪽 혈액 일부가 피부 쪽으로 몰려가기 때문’이라고 풀이한다. 따라서 속이 냉하고 소화력이 떨어진다는 것. 이에 한방에서는 여름철에 식초를 많이 마실 것을 권한다. ‘산수신산(酸收辛散)’, 즉 신맛은 기운을 안으로 끌어들이고 매운맛은 기운을 배출한다는 한방 원리 때문이다. ‘요리하는 한의사’ 신동진(약연재한의원) 원장은 “신맛이 위의 소화기능을 높여 준다”며 “여름철 보양을 위해 전복·삼계탕·오리고기 등을 먹는다면 소금 대신 흑초와 같은 식초를 곁들이는 게 좋다”고 말했다.

고기를 찍어 먹을 때 소금보다 흑초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특히 흑초에는 구연산이 풍부해 위액 분비량을 높여 소화흡수를 촉진한다. 흑초는 여름철 지친 몸에 에너지를 충전해 준다. 세포 속 미토콘드리아는 우리 몸에서 에너지를 만들어 내는 ‘공장’ 개념이다. 미토콘드리아가 에너지를 만들 때 쓰는 ‘땔감’이 바로 유기산이다. 유기산은 흑초와 같이 신맛이 나는 물질에 들어 있다. 미토콘드리아는 특히 간세포에 많이 들어 있다. 따라서 흑초를 마시면 간 기능을 도와 해독을 돕고 숙취 해소가 빠르다. 흑초에 많은 아미노산도 체내 알코올 대사를 촉진해 숙취를 풀어 준다. 아미노산 중 아르기닌이나 글루타민은 간기능의 활성도를 높인다. 정 교수는 “여름철 무더위에 시원한 맥주를 찾는 이들이 많다”며 “술을 마시기 전 흑초를 한 잔 마시면 숙취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흑초의 유기산 중에는 구연산이 대표적이다. 섭취한 음식이 체내에서 소화·분해되면 그 영양분이 에너지를 방출하며 마지막엔 탄산가스와 물이 된다. 이 과정에서 구연산이 작용한다. 이러한 대사 과정을 ‘구연산 사이클’이라고 한다. 구연산 사이클이 원활하지 않으면 피로물질의 근원인 유산이 축적된다. 유산이 쌓이면 어깨결림·근육통·피로감 등을 유발한다. 구연산을 섭취해야 하는 이유다. 이 구연산은 인체를 산성화하는 활성효소를 제거해 주기도 한다. 이는 산성에 치우친 인체를 알칼리성으로 되돌려 녹슬지 않는 신체를 선물한다.

면역력 높이고 수험생 집중력도 키워줘

콜라겐은 피부 노화를 막는 대표적인 성분이다. 하지만 여름철 강한 자외선은 콜라겐을 분해시켜 노화를 촉진한다. 또 활성산소는 피부 속 콜라겐을 파괴한다. 흑초는 콜라겐 생성을 촉진하고 활성산소 생성을 막아 피부 관리에 도움을 준다. 콜라겐을 구성하는 프롤린·알라닌·글리신 등의 아미노산이 흑초에 풍부하기 때문이다. 아미노산은 검버섯이나 피부의 칙칙함을 개선해 준다. 햇빛으로 인한 멜라민 색소의 침투를 막아 주는 역할도 한다. 흑초로 세안하면 매끈매끈한 피부를 유지할 수 있다. 아미노산 때문이다. 이뿐만 아니라 피부 트러블도 막을 수 있다. 흑초의 살균력이 피부장벽을 강화시켜 준다.

신동진 한의사가 흑초에이드를 만들고 있다.

폭염엔 피부의 수분 손실이 심하다. 피부 각질층은 약 4주 간격으로 표피를 활성화한다. 각질층에 포함돼 있는 수분 양에 따라 피부가 촉촉해지기도, 거칠어지기도 한다. 이를 크게 좌우하는 것이 아미노산이다. 흑초에는 일반 쌀 식초보다 10~20배나 많은 아미노산이 함유돼 있다.

더위에 지친 수험생에게도 흑초는 도움이 된다. 아미노산에 포함돼 있는 글루타민산·티로신·아르기닌 등이 뇌에 자극을 줘 집중력을 높이기 때문이다. 또 뇌의 피로물질인 암모니아를 소변으로 변화시켜 배출해 준다.

여름철 에어컨 바람은 노인에겐 쉽게 감기를 유발한다. 냉방병을 조심해야 한다. 흑초는 항산화력을 키워 준다. 2000년 일본 교토대 하지메오 히가시 교수 연구팀은 흑초와 일반 식초의 항산화력을 비교 실험했다. 연구팀은 실험용 쥐에 각각 흑초 추출물, 쌀·사과·와인식초와 토코페롤을 각각 투여했다. 지방이 산화할 때 나오는 말론디알데히드가 얼마나 생성되는지 비교했다. 그러자 흑초 추출물 및 토코페롤을 투여한 쥐에게서 말론디알데히드가 가장 적게, 비슷한 수준으로 생성됐다. 항산화력이 가장 탁월해 면역력을 높이고 항노화 기능이 있는 것을 입증했다.

정심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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