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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끼리끼리’가 문제 강경파에 휘둘려 국민과 괴리” 민주당 조경태 의원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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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조경태(3선·부산 사하을·사진) 최고위원은 “난 계파가 없다”고 말한다. 문재인 의원과 노무현계, 김한길 대표와 당 지도부를 향해 쓴소리를 해왔다. 당에선 단 두 명뿐인 부산 지역구 국회의원이지만 5·4 전당대회 최고위원 경선에선 2위로 지도부에 입성했다. 스스로 “조직이 없지만 당원들이 기회를 줬다”고 말한다.

그를 지난달 3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났다. 마침 당이 서울광장에 ‘국정원 개혁 국민운동본부’를 설치하고 장외 투쟁에 나서기로 결정한 직후다. 그는 “방금 전 한 국민으로부터 ‘여야가 민생을 생각하지 않고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 같다’는 전화를 받았다”며 “당원으로서 당론에 따라야 하지만 미리 잡아놓은 일정이 있어 1일 서울광장에서 열리는 의원총회엔 참석하지 않겠다”고 했다.

-장외 투쟁에 부정적인 건가.
“민주당은 127석의 거대 야당이다. 정치력을 발휘해 소모적인 논쟁에서 벗어나 민생을 챙기겠다고 한 국민과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 NLL(북방한계선)이든 국정원 댓글 사건이든 민생과 얼마나 관계가 있나. 국민들에게 ‘가장 큰 현안이 뭐냐’고 물으면 십중팔구 일자리라고 한다. 지금 이 시국에 장외 투쟁으로 얻을 수 있는 게 무엇인가 생각해야 한다. 강경파에 휘둘리면 민주당이 국민들로부터 멀어질 수 있음을 감안해야 한다.”

-대화록 원본 실종, 국정원 국정조사는 어떻게 정리하나.
“여당이 양보할 건 양보해야 한다. ‘NLL 정쟁을 종식하자’고 하면서도 사초 실종과 관련된 이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한 손으로 화해 제스처를 하면서 한 손으로 뺨을 때리는 이중적인 모습이다. 여야 대표가 만나 국정원 개혁을 논의하고 합의하면 빠른 시일에 문제를 풀 수 있다.”

-문재인 의원과 친노 세력을 거듭 비판해왔는데.
“당의 고질적인 문제가 ‘끼리끼리’ 문화다. 그게 민주당을 지난 두 번의 대선과 두 번의 총선에서 패배하게 만들었다. 보다 진심 어린 자기 반성이 있어야 한다. 난 특정 계파를 비판만 하는 사람은 아니다. 잘하는 게 있으면 칭찬도 한다. 하지만 국민 공분을 사는 막말 퍼레이드에 대해선 목소리를 내야 한다. 문 의원은 새누리당의 전략에 말렸다. 새누리당이 NLL 문제를 제기했을 때 남북정상회담의 실무 책임을 맡았던 문 의원이 원본 공개를 주장하고, ‘NLL 포기 발언이 회담록에 있으면 정계은퇴까지 하겠다’고 했다. 이 때문에 ‘선(先) 국정조사-후(後) 대화록 열람’이었던 당의 기조가 ‘정상회담록 전면 공개’로 선회했다. 그런데 어떤 이유에선지 사초 실종이란 초유의 사건이 터지니 갑자기 덮자고 한다. 왜 자꾸 말이 바뀌는지 해명이 필요하다. 말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최근 친노의 목소리가 큰데.
“김한길 대표에게 수차례 ‘그런 문제에 대해 중심을 잡아달라’고 했다. 5·4 전당대회에서 당원들이 대선과 총선 패배 책임을 물어 ‘새로운 민주당으로 거듭나라’고 했는데 선거 패배의 책임 선상에 있던 분들이 또다시 전면에 등장하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김 대표는 좀 더 강력한 리더십을 갖고 특정 계파에 휘둘리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많은 당원이 저에게 묻는다. ‘도대체 민주당의 대표가 누굽니까’라고. 강경한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하지만, 침묵하는 다수의 생각도 들어야 한다. 정국 운영이 너무 감정적으로 흘러가면 잘못을 범할 수 있다.”

-반노(反노무현)의 대표주자로 불리는데 본인의 생각은.
“반(反)문재인이라면 맞을 수 있지만 반노라는 표현은 적절치 않다. 민주당의 많은 이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신을 존경한다. 쓴소리를 하는 건 개인적인 목소리라기보다 저를 최고위원으로 뽑고 지지해줬던 분들을 대변하는 거다.”

-박근혜정부와 새누리당 친박세력은 어떻게 보나.
“박근혜정부는 기대했던 것보다 성과가 더디다는 평이다. 지방 경제가 어렵고 청년들의 일자리가 공약했던 만큼 실천되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계파도 당과 국민을 위한 것이냐를 따져야 한다. 계파가 패권화되는 순간 그 집단은 망한다. 새누리당에서 친박이 득세하고 당을 좌우하는 건 긍정적이지 못하다.”

-민주당 지지율이 20%도 안 되는데 무엇이 문제인가.
“여론조사를 보니 안철수 신당이 나오면 새누리당과 안철수 신당이 각각 30% 정도 나오고 민주당이 12% 정도 되더라. 민주당의 존재감은 빠른 속도로 상실되고 있다. 국정원 대치 정국이 시작된 지 두 달 가까이 된다. 당 지도부의 방향성이 옳았다면 지지율이 올랐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건 국민이 바라는 정치에서 당이 멀어지고 있는 거다. 민주당은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대중 정당이 돼야 한다. 이념 정당은 집권하기 어렵다. 먹고사는 문제에서 비전 있는 정당이 될 때 국민이 관심을 갖고 박수를 칠 거다.”

-안철수 신당은 어떻게 보나.
“지금처럼 여야가 지루한 공방을 계속하면 안철수 의원에 대한 기대감은 높아진다. 민주당 지지자 중 안철수 신당을 지지하는 분들이 많은데 민주당이 반성해야 한다. 당원들이 2017년 수권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다고 느끼는 것 같다. 생각이 복잡한 분들이 더러 계시는 걸로 안다.”

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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