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의 탄원서|"의리있는 한국인…이웃해 살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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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동경=조동오특파원] 일본인 한가족 4명의 생명을 건져준 한국인이 밀입국자로 밝혀져 사직당국에 의해 강제 출국명령을 받자 은혜를 입었던 일본사람들이 법무대신 앞으로 탄원서를 보내 같이 살게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24일 [나고야] (명고옥시남구일조정2)에 사는 [기다가와] (북천정보·45) 씨와 그의 처·장남·장녀등 4명은 9년전 명고옥시를 휩쓴 이세만 해일때 흙 탕물에 떠내려가 죽음 직전에 있던 그들을 구해준 한국인 조강훈씨(30·음식점경영·남구일조정2의18)가 밀입국자로서 오는 28일까지 일본을 떠나도록 돼있으나 생명의 은인과 같이 이웃해 살게해 달라고 탄원한 것. 조씨는 일본에 있는 누님 조순자씨를 찾기 위해 16세되던 14년전인 55년에 밀항, 적발되어[오오무라] (대촌) 수용소에 수용됐다가 미성년으로 가방면, 60년도에 누이를 찾아 명고옥에 정착, 교포 이하자씨와 결혼하여 음식점을 경영하고 있었다.
조씨가 [기다가와]씨네를 구해준 것이 그 무렵.
그뒤 조씨는 66년에 도망죄로 잡혀 한국에 강제 송환됐으나 처와 자식을 위해 다시 68년에 밀입국했으며 69년6월에 체포되어 명고옥 출입국관리소에서 6월의 징역을 선고받아 [후꾸이](복정)형무소에서 복역하고 출감했다.
국외추방의 행정조치로 조씨는 오는 28일까지 일본을 떠나야하게 되어있다.
이날 법무대신에게 탄원서를 낸 [기다가와]씨 일가족은 조씨의 아내는 교포이며 한국말도 몰라 같이 한국으로 갈 수도 없다고 말하고 『의리 있는 한국사람이 그가 사랑하는 아내와 그가 목숨을 구해준 사람들과 같이 살게 해 주는 것이 한·일 두 나라의 이해를 돕는 길이고 또 인도정신에도 합당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 사실은 일본의 매일신문에 크게 보도됐는데 법무성측은 『법적으로 불가능하나 정상을 참작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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