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30분 동안 메이저 우승컵 모두 모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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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1일(한국시간) 세인트앤드루스 올드 코스 18번 홀 스윌컨 브리지에 4개 메이저 대회 트로피가 깜짝 등장했다. 앞줄 왼쪽부터 나비스코 챔피언십, 웨그먼스 챔피언십, US 여자오픈 트로피로 박인비가 우승한 대회다. 개울 너머 뒤편(맨 왼쪽)에 놓인 이번 대회 트로피를 들어 올리면 박인비는 그랜드슬램을 달성한다.

“조심, 조심해.”

리코 브리시티 여자오픈 개막을 몇 시간 앞둔 1일 아침(한국시간) 세인트앤드루스 올드 코스. 18번 홀의 상징인 스윌컨 브리지(Swilcan Bridge)에서 30분 동안 진귀한 광경이 펼쳐졌다.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가 박인비의 그랜드슬램을 기대하며 4개의 메이저 우승 트로피(크래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 웨그먼스 LPGA 챔피언십, US여자오픈, 브리티시여자오픈)를 깜짝 전시한 것이다. LPGA는 지난 6월 말 박인비가 US여자오픈에서 메이저 3연승을 거둔 뒤 이번 이벤트를 준비해 왔다.

 LPGA는 이번 이벤트를 위해 크래프트 나비스코와 웨그먼스 챔피언십 대회조직위원회로부터 진품 트로피를 전달받았다. US여자오픈 트로피는 박인비가 소장하고 있어 진품과 똑같은 모조품을 가져왔다.

 4개의 메이저 우승 트로피가 한자리에 모인 것은 LPGA 투어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LPGA 미디어 담당 이사인 마이크 스캔런은 “세계 골프계는 물론 수많은 미디어의 시선이 박인비의 그랜드슬램에 쏠려 있어 이번 이벤트를 특별 기획했다”고 했다.

 스태프는 귀하신 물건에 혹여 흠집이라도 날까 바짝 신경을 썼다. 장갑을 낀 채 트로피를 조심스럽게 옮겼고 트로피의 진열 방향까지 신경 써 맞췄다.

지나가던 사람들은 이 광경을 놓치지 않기 위해 연신 카메라를 눌러댔다. 이날의 깜짝 전시는 박인비의 그랜드슬램을 예상한 주관 방송사의 사전 준비 영상 촬영을 위해 진행됐다.

LPGA는 박인비가 그랜드슬램을 달성할 경우 다시 18번 홀 스윌컨 브리지에 트로피를 전시하고 성대한 세리머니를 할 예정이다. 스캔런은 “LPGA는 박인비의 그랜드슬램을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세인트앤드루스 글·사진=이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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