컵스 최희섭 해결사로 선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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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애리조나주 메사. 피닉스 공항 근처에 위치한 시카고 컵스의 훈련장 피치파크에는 수퍼스타 새미 소사의 팬들로 가득했다.

투.포수들과 야수 몇명이 훈련 중이던 18일(한국시간) 오전에도 팬들은 20일부터 훈련을 시작하는 소사의 호쾌한 타격을 주제로 열띤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잠시 후 뜨고 내리는 비행기의 소음 사이로 한 선수의 경쾌한 타구음이 들렸다.

팬들은 어떤 선수인지 의아해 하며 그의 곁으로 몰려들었다. 눈에 띄게 큰 덩치에 짧게 깎은 검은머리의 그가 스윙을 할 때마다 타구는 담장을 훌쩍 넘기 일쑤였고, 팬들의 입에서는 탄성이 터져나왔다.

'빅 초이스(중요한 선택:큰 체격과 최희섭의 성 '초이'를 연결해 현지에서 붙여진 별명)최희섭(24.사진)이었다.

지난 1월 22일부터 이곳에서 개인훈련을 시작한 최희섭은 20일부터 새미 소사와 함께 공식 스프링캠프를 시작한다.

지난해 말 빅리그로 승격, 24경기에 출전했던 그에게 이번 시즌은 풀타임 메이저리거로서 자리를 잡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소사에 버금가는 홈런타자로 성장할 수 있는 첫 계단에 올라선 것이다.

현지 매스컴은 그를 선발 1루수에 5번타자로 예상하며 신인왕 후보로까지 거론하고 있다. 그러나 당장 그가 넘어야 할 벽은 베테랑 1루수 에릭 캐로스(36)와의 주전 경쟁이다.

최희섭은 오는 28일부터 벌어지는 시범경기를 통해 주전 1루수로서의 능력을 평가받게 된다. 컵스의 첫 상대는 지난해 월드시리즈에 올랐던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내셔널리그 최고의 왼손 슬러거 배리 본즈(39)가 버티고 있는 팀이다. 훈련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최희섭을 만났다.

-이제 본격적인 경쟁의 시작이다. 각오는 어떤가.

"1999년 미국에 와서 지난해까지 4년간 단 한번도 야구라는 길에서 옆으로 비켜간 적이 없다. 오로지 야구만 했고 이제 자신감이 생겼다. 중요한 것은 다치지 않고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는 것이다."

-이번 시즌이 갖는 의미가 특별할텐데.

"중요한 한해다. 또 그만큼 좋은 기회다. 입단해 줄곧 유망주라고 불려왔다. 이젠 더 이상 유망주가 아닌 '주전'이 되고 싶다."

-변화구와 왼손투수에게 약하다는 문제점이 있지 않나.

"왼손투수 상대 타율이 더 높다. 내가 타석에 서면 상대 팀이 왼손투수로 바꾼 적이 많았다. 그래서 많이 상대했고, 눈에 익었고, 자신감이 생겼다. 변화구도 마찬가지다. 투수들이 80~90%는 바깥쪽 변화구만 던진다. 집중적으로 대비했다."

-한국에서 체력훈련을 집중적으로 했는데 효과가 어떤가.

"하체가 튼튼해졌다. 스윙에 흔들림이 없고 밸런스도 좋다."

-지난해 빅리그 50타수에 삼진이 15개다. 너무 많은 것 아닌가.

"삼진은 많았지만 쉽게 당한 삼진은 없었다. 카운트를 길게 끌고갔고 마음먹고 스윙을 해 당한 삼진이다."

-등번호 19번에는 어떤 의미가 있나.

"메이저리그에서 19년을 뛰겠다는 의미다(웃음)."

메사(애리조나주)=이태일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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