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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6)설화동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폭설이 내리면 먹을것이 없어 헤매는 불쌍하고 가냘픈 짐승들이 큰 설화를 당한다. 1월8일자 보도를 보니 7일하오 강원도고성군현내면마달리 마을 한복판에 노루 32마리가 찾아들었다가 마을 사람들에 의해 모두 잡혀 불고기가 되었단다. 이 노루들은 지난 4일 동해안일대에 몰아친 한파와 폭설에 쫓겨 이 마을에 구원을 요청하였던 것인데 한 마리도 남김없이 일망타진된 셈이다.
구미에서는 폭설후 짐승이나 들새들에게도 사람 못지않게 관심을 갖고 개인정원이나 국가에서 설정한 보호구역에 각종 규모의 [휘다](사료대)를 마련, 먹이를 제공하며 그들의 보호관리를 위해 적지않은 노력을 한다. 야생 동물들의 자연의 재해는 비교적 짧은 몇 햇 동안에 곧 회복될 수 있으나 인위적인 피해는 회복되기 어렵다는 것은 동물 생태학에서 하나의 상식이기도 하다.
일정한 수효를 확보하면서 사냥도 하게 마련이다. 씨가 말라서야 이듬해부터는 사냥도 못하게 될 것이다. 야생의 짐승이나 들새들은 개인재산이 아니다. 두말할 것도 없이 국가재산인 동시에 우리들의 공동재산이다.
이웃에서 튀어나온 가축이나 가금을 다른 마을에서 함부로 잡아 없앤다면 당장에 도둑으로 몰릴 것이다. 그런데 왜 야생의 짐승이나 들새만은 함부로 다룰 수 있단 말인가. 개인의 재산도 아닌 국가재산을 어쩌면 그렇게도 잔인할 수 있단 말인가.
명태그물에 걸린 물오리 2천5백마리로 부두의 오리시장을 새로이 개척하였다는 같은 날짜의 기사 또한 그대로는 넘길 수 없는 [뉴스]였다. 그물에 걸린 물오리를 아무나 마음대로 잡아 팔 수 있단 말인가. 그것도 한두마리 아닌 2천5백마리나 되는 국가재산을 나는 조수보호 및 수렵에 관한 법률을 새삼스러이 다시 한번 읽었다.
현행법 제3조에 일반조수는 물론 극히 제한되어 있는 수렵조수도 허가없이는 포획할 수 없게 되어있고 제21조에는 판매 역시 허가없이는 할 수 없게 되어 있으며 제23조에는 양도양수까지도 허가없이는 금지되어 있었다. 이것은 학계에 큰 관심사이며 앞으로의 보호와 관리에 문제거리일뿐 더러 국제적인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없다. 현지의 답사를 통해 학술적으로 종류별로 개체 수를 조사 확인함과 동시에 앞으로의 관리와 보호책도 시급하다. 노루 21마리와 물오리 2천5백마리를 살려 되돌려보낼 날이 돌아올 때 이 나라도 후진성을 벗어나 참으로 잘 살수 있는 금수강산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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