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여 점포소실|동대문 신앙촌 상가에 불|오늘 아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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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9일 상오 7시30분쯤 서울 종로5가321 동욱산업주식회사 소유 동대문도매시장(일명 신앙촌백화점·사장 최갑봉·48) 1층에서 불이나 3층 철근[콘크리트] 건물안(2백75평) 1층 50개 점포와 2층 동대문 극장내부를 불태우고 3시간만에 꺼졌다. 이날 불은 1층 북쪽 통로옆 솜[센터](주인 이헌주·32) 부근에서 일어나 다닥다닥 붙은 [메리야스]와 [플라스틱] 가방가게로 잇달아 번졌다. 불이 나자 3층 평화시장 아동복 제품공장에서 잠자던 윤윤구씨(28·성북구장위동233의125)등 8명은 잠긴 문을 부수고 옥상으로 올라가 옆 [마이아미] 다방 2층 건물 옥상으로 뛰어 내렸고 1층에 있던 경비원 최종해씨(30)는 [셔터]문을 열고 나왔으나 백화점 구내 다방 종업원 박숙자양(22)이 불이 난후 짙은 연기때문에 질식하여 숨진 것이 이날 하오 화재현장 뒤처리를 하던 소방관에 의해 발견됐다.
불이 난 건물은 뼈대가 철근[콘크리트]였으나 점포마다 [베니어]판으로 칸막이가 되어있고 상품이 [플라스틱]제품·성냥·의류 등 불타기 쉬운 물건으로 꽉차있는데다 통로가 좁고 길어 불길은 겉잡을 수 없이 점포를 휩쓸었다.
이날 첫 목격자인 신문배달원 이수영군(16·원남동l19)에 따르면 이날 상오 7시35분쯤 [셔터]틈 사이로 신문을 넣으러 할 때 연기가 새어나오는 것을 보고 『불이야』하고 고함을 쳤다는 것이다.
이때 마침 동대문시장조합청소부 박판화씨(33)가 나오다가 물을 보고 소방서에 신고했다.
신고를 받고 약 20분뒤 서울시내 소방차 40여대가 동원됐으나 점포안 통로로 통하는 5개의 [셔터]중 4개가 굳게 잠겨 있었고 [셔터]를 부순 뒤에도 굴뚝구실을 한 통로에서 뿜어 나오는 검은 연기와 화염때문에 현장안으로 접근할 수 없었다.
이 백화점안에는 난방시설이 없어 새벽 5시쯤이면 동 백화점 경비원 최씨가 각 점포로부터 40원씩 받고 소형 연탄난로 50여개를 피워 주고 있었는데 이날 새벽도 연탄을 피워 통로에 줄줄이 늘어놓았었다.
경찰은 화인을 경비원 최씨가 피워둔 연탄난로가 과열 [베니어]판으로 된 점포문에 인화되었거나 누전된 것으로 보고 수사에 착수, 우선 경비원 최씨를 연행 조사중이다.
이 건물은 8년전에 지었으나 손을 대지않아 벽과 천장사이에 금이 갈 정도로 낡은 건물로 3년전에도 청계천 쪽에 붙어있는 일부 점포에서 불이 났으나, 낮에 난 불이어서 불길을 쉽게 잡을 수 있었다. 경찰은 이불의 피해액을 5백만원으로 추산하고 있으나 상인들은 1천만원으로 보고 있다.

<내부무방비의 빌딩화재>외부로 불길 못빠져 진화·대피에 큰 혼란
청계천 5가 신앙촌백화점의 화재는 도시화재, 특히 [빌딩]화재에 대한 새로운 문제점을 던져 주었다.
연건평 1천여평의 3층 건물이 갖추고 있는 소방시설은 거의 [제로] 상태.
불길이 우선 수평으로 확산하기 마련인 [빌딩]화재에 대비한 방화구획이 전혀 되어있지 않은데다 불길과 연기가 빠져나갈 틈이 없어 통로가 굴뚝 노릇을 하여 진화작업에 큰 지장을 준 점 등은 이날 불이 안겨준 경종이기도 했다.
이같은 현상은 작년 12월 서울 아세아백화점 화재때도 마찬가지였다.
그것은 곧 현재 서울시내에 있는 기존 [빌딩]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서울 시내의 3층 이상 [빌딩]은 모두 2천7백22개소. 5층 이하가 2천3백30개로 가장 많고 6∼10층이 3백34개, 11층이상이 58개소로 그중 25·4%가 소화설비가 전혀 되어 있지않고 35·5%는 경보설비가, 35·7%는 피난설비가 되어있지 않은채 불이 날 경우 큰 인명피해를 낼 불씨를 안고 있다.
[빌딩]화재의 특징은 내부통로가 불길과 연기로 가득 차고 피난로 마저 찾지못해 각 실내의 사람들이 앉아서 날벼락을 맞는 것.
또 [빌딩]의 대부분이 철근[콘크리트]로 뼈대가 세워지지만 그것은 오직 외부로부터의 화재에 대비한 것이지 안에서 생긴 불에는 거의 유의하지 않은 실정이다.
게다가 불길의 수평확대는 통상 매초에 0·5∼1m의 속도로, 수직확대는 3∼5m로 상승한다는 통계는 불길과 연기를 피해 걷는 사람의 발걸음 속도 0·3∼0·5m보다 훨씬 빠른 것으로 내부 피난시설없이는 질식 사망의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되어있다.
예를들어 피난계단을 이용, 지상이나 지하의 안전구역으로 대피했다가 옥외로 탈출할 수 있는 시설이 되어있지 않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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