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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경직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해를 거듭할수록 심해지는 재정의 경직화현상이 여당인 공화당안에서까지 심각한 문제로 인식되어 그 대비책이 다각도로 검토되고 있다한다.
공화당정책위는 이러한 재정구조의 경직화가 예산운용상의 융통성을 크게 저해한다고 판단, 각종 목적세의 신설을 막고 공채발행을 적극 억제하는 한편, 경상비를 절약하는 등의 방안을 예의 검토중이라고 보도되었다.
경직화현상은 어제오늘에 비롯된 것이 아니고, 따라서 공화당이 70년도 예산의 단독심의과정에서 이 문제를 소홀히 다룬채 이제와서 대비책 검토에 착수한 것은 때늦은 느낌이나 그런대로 적절한 조치라고 하겠다.
알다시피 재정의 경직성은 세출이 의무화된 고정비부담의 누적에 연유하는 것이며, 우리 나라의 예산은 그동안의 급격한 예산규모의 팽창에도 불구하고 경직도가 66년도에 이미 80%를 기록했고, 그후에도 해마다 심화되어 금년에는 86%에 이르고있다.
이것이 지난 60년대에 무리하게 벌여온 재정투융자 계속사업 및 정부기구확장, 국방비부담 등에 기인하는 것임은 두말 할 것도 없으며, 이는 세입의 한계성과 함께 금후의 재정운용에 큰 문제점을 제기시키고 있다.
60년대의 재정규모 팽창율은 연율 28.7%로 같은 기간의 GNP성장률 26.7%(경상가격)을 상회했는데도 재정경직도는 심화됐고, 그 결과로 나타난 세출재원 부족은 국·공채 남발과 거액의 국고채무 부담행위를 불가피케함으로써 국가채무가 3천2백억원(69년10월)에 달하여 또다시 경직도를 가속화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된 것이다.
특히 금년예산에서 교부금이 35%의 가장 높은 세출증가율을 시현하고 봉급·연금 32.8%, 국방비가 21.9%에 달한 반면, 재정투융자가 4.5%증가로 끝난것은 재정경직성이 정부재정에 의한 개발기능을 약화시키는 본보기로서 크게 주목해야할 일이다.
뿐만 아니라 높은 경직도를 「커버」하는 방편으로서 세입극대화에 의한 재정팽창정책을 계속 추구하는 한편, 재정부담의 금융 및 민간전가 경향이 뚜렷해짐에따라 국민의 조세저항과 금융정책의 파행성을 노출하고, 보다 근본적으로는 재정「인플레」를 유발하는 등의 부작용이 두드러지게 표면화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이 기회에 재정경직성을 해소하여 유동비 비중을 늘리는 방편으로 첫째, 내국세가 10%내외, 관세는 징수액의 2배에 달하는 각종 조세감면정책을 재검토하는 등 세입의 합리적 증가를 기하고 둘째, 세출「사이드」에서 정부기구확장, 신설을 억제하는 한편, 기존기구도 이를 적극 폐합축소함으로써 경상비를 대폭 절감하고 셋째, 예산운용을 합리화하여 세출재원의 효율적 사용에 주력하며 넷째, 근본적으로 개발정책 자체를 조정하여 국·공채 발행 및 국고채무부담행위 등 무리한 재정부담을 덜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못할 때, 정부재정은 머지않아 탄력성을 완전히 상실함으로써 재정이 지니는 최소한의 기본적 역할마저 다하지 못하는 파탄의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임을 명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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