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물가상승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물가지수 산출에 혼란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해의 도매물가상승률은 당국에 의해 두 가지로 나타났다. 하나는 7·6%, 다른 하나는 6·8%.이 두가지의 통계사이에는 0·8%의 간격이 있다. 상승률이 높은 쪽은 한은의 산출이며, 적은 쪽은 기획원의 것이다.
그 차이는 산출기준이 다른데서 생긴다. 한은은 이른바 시점대비이며, 기획원은 연평균치이다. 산출과정상 어느 쪽에도 오산은 없다. 그러나 통계가 생명을 가진 수자로 이루어지려면 그 기준에도 생명이 있어야 한다. 가령 서울의 인구가 그저 4백만명이라고 할 때, 이 수자에는 생명이 없다. 그러나 69년도 5월현재 서울의 인구가 그렇다면 생명을 갖는다.
통계(Statistics)라는 말의 원어는 라틴어 Status(상태)에서 유래한다. 이태리어로는 Stato(국가)라고도 한다. 통계는 국가의 상태, 국가의 현저한 현상을 표현한다. 따라서 한 나라의 성쇠에 관한 사항을 보여준다. 모든 정책이 통계에 의해 수립되고 집행되는 것은 그 때문이다. 통계가 잘못되면, 그 부작용은 겉잡을 수 없이 확대된다.
[나폴레옹]이 [모스크바]에서 참패한 것은 그 통계에 원인이 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는 병력만 파악했지, 그 병력이 소모하는 물량은 파악을 못 했다는 것이다. 전술에 이기고, 통계에 졌다고나 할지. 아뭏든 그는 참패하고 말았다.
물가지수가 정확해야 하는 것은 바로 그 대비책을 강구하는 정책적인 요구가 있기 때문이다. 물가지수는 화폐가치의 변동을 의미한다. 화폐의 구매력이 시시각각으로 변화할 때 그것으로 표시된다.
물가는 언제나 변동에 문제가 있다. 물가의 평균을 따져서는 별 의미가 없는 것이다. 어떤 시점과의 대비에서만 그 정확한 변동은 파악된다. 물가지수의 생명은 시점에 있다고 말할수 있다.
통계가 한 개인의 [에고]를 반영할 때, 그것은 죽은 수자로 변한다. 통계의 원어가 암시하듯 그것은 국가의 [에고]와 관계가 있다. 그래야만 인생력이 있으며 정책의 대응력을 발휘한다. 통계자의 양식이나 [프라이드]는 바로 여기에 있다.
5·16이후 우리는 어느 때 보다도 많은 통계에 둘러 싸여있다.
이것은 바로 정책가들의 의욕을 응변해 준다. 그러나 그것들이 한낱 죽은 수자일 때는 역시 정책도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 통계의 신뢰도를 높이는 것은 정책의 신뢰도를 높이는 것이기도 하다. 모든 수자들에 생명을 부여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주요한 일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