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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서 치료까지 한번에 해결 '성폭력 피해자 수호천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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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국대병원에 위치한 충남 여성·학교폭력 피해자 원스톱 지원센터에서 백기청 부센터장(가운데) 주재로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여성·학교폭력 피해자 원스톱 지원센터(이하 원스톱 지원센터)는 여성가족부와 시·도가 지원해 성폭력·가정폭력·성매매·학교폭력 피해자에 대해 365일 24시간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이다. 지난 2005년 서울 경찰병원에 최초로 설치된 이후 충남 여성·학교폭력 피해자 원스톱 지원센터(센터장 박우성)를 비롯, 전국 16개소가 병원 위탁으로 설치·운영되고 있다.

그동안 원스톱 지원센터 개소에 대한 소개는 전국의 각종 언론사에서 많이 보도돼 왔지만 원스톱 지원센터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이에 따라 충남 여성·학교폭력 피해자 원스톱 지원센터를 방문, 그들의 활약상과 맡은 임무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1 20대 지적3급인 윤미영(가명)씨는 올해 초 다니던 회사 사장으로부터 약 1년간 성폭력 피해를 입고도 심리적 불안 및 보복 협박, 해고 등의 불안 요인들로 인해 전화 상담만 했을 뿐 신고를 망설여왔다. 자신이 지적 장애를 가지고 있는데다 보복이 두려웠던 미영씨는 원스톱 지원센터 직원들의 끈질긴 설득으로 조사를 받게 됐다. 이후 미영씨는 가해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요구했다. 충남 성폭력특별수사대는 신속하게 수사에 착수해 원스톱 지원센터 수사관이 피해 진술을 확보했고 가해자인 회사 사장을 구속시킬 수 있었다. 수사가 진행되는 중에도 단국대병원 정신과와 연계해 지속적 심리치료를 지원했으며 이로 인해 성폭력 피해 후유증으로 인한 불안을 극복할 수 있었다. 미영씨는 현재 새로운 직장을 구해 안정된 생활을 하고 있다.

#2 지난 2010년 고등학생인 김진욱(가명)군이 여러 남성으로부터 성폭력 피해를 입는 사건이 발생했다. 하지만 수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진욱군은 심리적으로 불안감을 느꼈고 경찰은 진욱군의 사건과 관련, 원스톱 지원센터에 지원을 요청했다. 원스톱 지원센터에서 다시 수사를 받게 된 진욱군은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의뢰 결과 지적장애 및 우울증 진단을 받았고 이를 수사기관에 제출했다. 이후 진욱군은 심리적 회복을 위해 1년여 동안 의료지원을 받고 있다.

이처럼 원스톱 지원센터에서는 여성폭력 혹은 학교폭력 피해 발생시 피해자와 가족들의 정신적 충격이나 신체적 고통을 해소하고 편안한 분위기 속에 수사를 받을 수 있도록 여성경찰관과 전문 상담원들을 배치해 1년 365일 24시간 긴장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특히 원스톱 지원센터에서는 피해자에 대해 여성경찰관들의 친절한 진술조사는 물론, 전문 상담원들의 상담 지원을 받을 수 있으며 전문의 진료와 변호사의 무료법률자문까지 원스톱으로 해결이 가능해 성폭력 피해자들의 수호천사로 통하고 있다.

충남 여성·학교폭력 피해자 원스톱 지원센터 전경.

여성경찰관·전문상담원들 배치

특히 피해자의 심리적 안정을 위해 원스톱 지원센터 방문초기에는 상담원이 피해상담 및 심리안정 조치를 취하며 지원사항을 명확하게 파악하고 지원 과정에서 2차 피해가 없도록 조치하는데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다. 또 심리적 안정을 취한 이후에는 단국대병원과 연계해 증거채취와 응급진료가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와 함께 수사가 마무리된 후에도 피해자의 회복을 위해 외상 및 정신건강 등을 위한 지속적인 진료지원을 진행하고 있으며 심리평가를 통해 심리적 문제를 파악하고 쉼터 등 유관기관에서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영미 수사팀장은 성폭력 사건의 경우 피해자들의 불안 요인을 해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성폭행을 당한 피해자들이 신체적인 고통이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무엇보다 정신적 충격으로 인해 심리적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원활한 수사와 신속한 범인 검거를 위해 여성경찰관들과 상담원들은 가장 먼저 피해자가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데 주력하는 편입니다. 더욱이 장애를 가지고 있는 피해자들의 경우 진술조사 자체가 힘든 상황이 발생하기도 하는데 이때는 전문 수사관이 개입해 사건을 해결하고 있습니다. 이밖에도 다양한 형태의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지원센터 요원들은 각각의 피해자에게 맞는 수사기법으로 피해자들이 심리적 안정을 찾는 것은 물론, 범인을 신속하게 검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피해자들에 맞는 수사로 안정 찾게 해줘

실제 원스톱 지원센터에서는 강간(준강간) 사건 중 초기 위기 상황 발생 사건으로 증거물 채취나 의료 지원이 필요한 사건이나 13세 미만 아동 및 장애인(지적) 대상 성폭력 사건, 성폭력 피해자가 성인인 경우 심리적 불안감을 호소해 상담 혹은 진술시 신뢰 동석자를 요구하는 사안 등에 대해 직접적으로 관여하고 있다.

또 아동·여성범죄(성폭력·가정폭력·학교폭력·성매매 피해여성) 중 피해자에 대한 여성단체 연계 등 보호 조치가 필요한 사건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개입해 피해자를 보호하고 있다. 이 같은 조치로 충남 여성·학교폭력 피해자 원스톱 지원센터에서는 지난 2010년 개소 이후 지금까지 총 2511명(1만549건)을 지원했다.

 백기청(단국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부센터장은 “과거에는 성폭력 피해 발생시 신체적, 정신적, 형사적 문제가 얽혀 신속하게 사건 해결이 어려웠다면 지금은 수사과정에서 이 같은 부분들이 한번에 해결돼 보다 신속하게 사건 해결이 가능해졌다”며 “특히 성폭행 피해자들의 경우 수치심을 이겨내며 수사를 받는 것이 아니라 진료지원은 물론, 심신의 안정을 취한 상태에서 수사를 받을 수 있어 범인 검거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추행 정도가 가벼워 피해자 및 보호자가 원스톱 지원센터와 경찰서를 오가며 진술을 반복하는 것이 오히려 2차 피해를 발생시킬 우려가 농후할 때는 보호자의 동의 하에 일선 경찰서에서 성폭력 전담 수사관을 통해 수사를 진행할 수 있다.

글=최진섭 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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