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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말라 물레방아 안 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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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고 엄민영 대사의 빈소에는 장례식을 앞두고 이틀 동안 5백여명의 조객이 줄을 이었다.
박정희 대통령은 13일 저녁 관훈동 좁은 골목 안에 있는 빈소를 찾아가 약 1시간 동안 고인의 지난날을 야기하고 유가족들을 위로했다.
정일권 국무총리도 14일 상오 서일교 총무처장관과 함께 들러 정부가 고인에게 추서 하는 일등 수교훈장을 전했으며 이효상 국회의장은 『열매라면 바야흐로 익으러 할 적에 홀연히 갔단 말인가…』라는 조시를 지어바쳤다.
영결식은 16일 하오 1시 중앙청 동쪽 광장에서 거행될 예정인데 고인과 「노드웨스턴」 대학 동창인 김준영 목사의 집전으로 기독교식으로 거행한다.
납북KAL기 승객 송환을 위한 정부의 외교교섭은 납북 사건의 전모가 확실히 밝혀지지 않고 있어 얼마간 차질을 빚고 있는 듯.
정부 관계자는 15일 『KLA기 납북사건의 원인과 경위가 불명한데다가 북괴 측이 58년 KNA기 납북사건 때보다 더욱 까다롭게 나올 것으로 보여 기술상 송환 교섭이 어려운 점에 있다』고 실토했다.
그동안 정부가 벌여온 송환 노력은 국제 적십자위원회(ICRC)를 통한 교섭이 중심일 수밖에 없었는데 『사건해결에는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는게 한 관계자의 얘기.
13일의 공화당 의원총회에서 방침이 세워졌던 KAL기 납북사건 조사특위 구성문제는 이틀이 지나자 좀 식어져, 어쩌면 측위 구성안이 백지화될지도.
공화당의 몇몇 의원들도 『그런 사건의 조사는 국회가 할 일이 아니고, 한다면 책임 소재를 알아보고 그 책임을 추궁하는 것뿐인데 지금 단계에서 측위를 구성하면 사건자체의 경위를 따지게 되어 오히려 정부 일에 혼선을 줄 염려가 있다.』고들 했다.
김택수 총무도 15일 『특위 구성문제는 좀더 검토해봐야겠다.』고 했는데 서상린 부총무 같은 이는 『책임져야 할 사람이 있으면 스스로 물러나야 되는게 아니겠느냐』고-.
신민당 총무단은 내년 2, 3월께에 국회 정상화를 위한 협상이 재개될 것으로 보고 선거관계법 개정안을 마련하고 있다.
『언젠가는 야당이 국회에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말해온 정해영 총무는 15일『지난번 협상 때 제시했던 48개 항의 선거법 개정사항을 다시 손질해서 『조문 정리 중에 있다.』면서16일 정무회의에 이 개정안을 내놓아 당론으로 확정시킬 계획이라고 했다.
한편 신민당 부총재단은 15일 중앙당에서 정무회의대책을 협의했으나 자금 문제의 고충만 말하다가 헤어졌는대 송원영 대변인은 『물이 말라서 물레방아가 돌지 않는 상태」라고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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