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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지않는풍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파리」의 환락가 「피갈」이라는 곳은 일본의「아사꾸사」(천초)같은 인상이었다. 그런데 보다 양성적이고 대담했다.
밤이면 가장 화려하고 전등불이 휘황한 거리,「피갈」에는 삼류영화관이 즐비했다. 그리고 「스트립 쇼」관의 「윈도」에는 달맞이 꽃처럼 불건강한 나녀의 사진들이 경염을 하는듯 돌고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일부 동양남자들의 묘한 호기심을 자극시켜주고 있는듯 했다. 「물랑·루지」는 거기, 「피갈」복판에 있었다.
손님이 많아 그 전날밤 미리 예약을해야 들어갈수있고 안에 들어가면 1인분 최하50「프랑」 (3천원) 어치 「샴페인」을 팔아주어야 하니 굉장히 비싼 입장료인셈이다. 물론 「아베크」들뿐인데 나만 용감하게 「싱글」로 입장했다. 극장분위기는 옛날모습 그대로 보존한듯 흡사「서커스」단과같은 굉장한 냄새가 자욱했다. 그리고 기둥마다 벽마다「로트렉」의 작품을 「카피」한 것으로 가뜩 채워져있었다.
「쇼」 는 밤11시부터 내리 계속되었는데 그전에는 무대에서 악단의연주와 함께 가수가 유행가를 불렀다.「아베크」들은「홀」에서「차차차」「고고」 등을 즐기고...
무대의 「아코디언」악사에게 「라이트」가 비치더니 구슬픈 「탱고」가 연주되기 시작했고, 어떤 늙은 부부한쌍이「샴페인」잔을「테이블」에 놓고일어서더니「탱고」를 추었다.
「쇼」는「물랑·루지」의「무드」와는 딴판으로「모던」 화하여 화려한 차림의 아가씨들, 춤추는 남자들이 기라성(?) 처럼 돌고 아가씨들 젖가슴은 모두 노출되어 있었다. 화려하지만 일본송죽소녀가극단보다도 못하고 천박스러웠다.
그런데 기다리는 「캉캉」은 영나오지않고 동양「무드」 (태국)의 춤과 마술등이 시간을 끌고있었다.
나는 「스케치」를 시작했다. 그런데 소년이 와서「스케치」를 못하게했다.
드디어「캉캉」이 나왔다. 의상과 안무가 상당히「모던」화 한데다「헤이」 「헤이」하고 장단치는 소리만 요란스러웠다. 영화에서 본대로 여자가 발을 올리고 「클라이맥스」에서 나자빠지는 장면을 보아도 웬일인지 신이 나질 않았다.
역시「로트랙」이 고독에 겨워「테이블」에서 독주를 마시며 1년전에온 애인의 헌편지를 되풀이읽었던 옛날의 「믈랑·루지」시대가 좋았던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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