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의 정상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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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시중 은행의 부실한 운영 상태가 크게 논란되고 있다. 연체 대출의 계속적인 증가, 대한은 차입금의 격증, 그리고 은행 경영의 부패 경향 등 경영상으로 시정되어야 할 사항이 속보되고 있다.
금융 기관의 경영 부실화 경향은 어제오늘에 야기된 일이 아니라는 점에서 별로 새로운 사실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런 문제가 언젠가는 해소되어야한다는 것만은 두말할 것도 없다. 오늘날 금융 기관 운영이 내포하고 있는 모순과 불합리성, 그리고 부패 문제는 보도되고 있는 것이 빙산의 일각일지 모른다.
이러한 금융의 내부 모순을 시정하려 한다면 금융의 정치 사회적인 여건의 정화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며, 아울러 금융계의 자율성이 보장될 수 있는 정책상의 전환이 요청되고 있다. 이러한 여건의 개선 없이는 금융 질서의 정리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할 것이며 금융게의 부패 문제도 그 근본적인 해결을 바라기는 어려울 것이다.
금융 질서를 바로 잡으려 한다면 우선 금융에 대한 정치적 영향을 막을 수 있는 제도적 보장과 아울러 금융을 행정부의 시녀시하는 만성적인 정성을 청산하여야 할 것이다. 이런 뜻에서 남 재무의 금융 자율화를 위한 노력은 원칙적인 방향이라고 할 것이다. 금융의 자율성이 보장되려면 우선 금융계 인사 문제에서 행정부가 손을 떼어야 할 것임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다음으로 금융의 부실화를 원천적으로 막으려면 금융 외적 압력이 배제되어야 한다. 분명히 부실화가 예견되는 기업에 지불 보증을 해주라, 신용 대부를 해주라, 담보 초과 대출을 해주라는 압력이 가해진다면 금융의 부실화는 면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금융 기관의 대불·연체 중 거액분은 따지고 보면 그 거의 전부가 정치적인 배려에 의한 것이었으며 책임의 궁극은 금융외적인 요소에 귀착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도 이미 주지되어 있는 사실이다.
이런 배경이 있기 때문에 금융 통화를 관리해야할 책임이 있는 중앙은행도 그 구실을 제대로 행사 못하고 있는 것이다. 중앙은행이 대세에 몰려 부정이나 불건실한 요소를 적발하고도 이를 양성화·문서화 할 수 없고, 또 재할 차입 정책을 수시로 수정하지 않을 수 없는 형편에 있다.
금융계의 실정이 이와 같기 때문에 당연히 금융계는 부패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원칙적으로는 정치적인 영향을 받아 부실화를 자초하는 경우, 압력을 받는 쪽도 정당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런 압력을 거절한다는 것은 곧 자멸을 뜻하는 풍토에서 금융계만을 나무랄 수는 없다는 것이다.
자본제 경제에서 금융 질서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금융 질서를 바로잡고 금융을 정화시키지 않고서 경제 질서를 바로잡고 경제를 정화시킬 수는 없는 것이다. 때문에 금융을 교란시키고 부패케 하는 정치 행정적인 압력을 배제하는 제도적 행정적 보장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할 것이며, 그렇게 되어야만 연체 대불, 부패 부정의 근원도 제거될 수 있을 것이다. 또 그렇게 해야만 금융의 부실화에 대한 책임을 금융계에 물을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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