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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 E클래스 '각' vs BMW 5시리즈 '감'…진화의 승자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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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메르세데스 벤츠 E클래스, BMW 5 시리즈

 올 하반기 국내 시장에선 메르세데스 벤츠와 BMW의 간판 중형 세단이 치열한 접전을 펼친다. 지난달 24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베일을 벗은 메르세데스 벤츠 신형 E클래스를 만났다. 이로부터 나흘 뒤엔 독일 뮌헨에서 BMW 신형 5시리즈를 시승했다. 간발의 차이로 나온 E클래스와 5시리즈. 이전과 어떻게 달라졌나 따져 봤다.

◆ 역사=E클래스라는 이름이 쓰이기 시작한 것은 1984년부터다. 그러나 벤츠는 “47년 선보인 170V가 기원”이라고 설명한다. 이 논리에 따르면 2009년 데뷔한 W212를 페이스리프트한 이번 E클래스는 9세대 째다. E클래스는 지난 60여 년간 1300만대 판매됐다.

 BMW의 5시리즈는 72년 처음 데뷔했다. 이후 5시리즈는 지금의 6세대까지 진화했다. BMW 5시리즈의 누적 판매는 663만여 대. 이번 5시리즈는 6세대를 기본으로 다듬었다. BMW에선 이를‘LCI’버전라고 부른다.

 ◆ 외모=이번 E클래스는 페이스리프트의 개념을 모호하게 만들었다. 앞뒤만 다듬은 수준을 넘어 디자인 테마마저 바꿨기 때문이다. 핵심은 눈매와 그릴이다.

 BMW의 ‘LCI’는 ‘라이프 사이클 임펄스(Impulse)’의 이니셜. 성형에 초점 맞춘 페이스리프트와 조금 다른 개념이다. 오히려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을 집요하게 개선해 완성도를 높인 경우다. 앞뒤 램프의 윤곽은 그대로 두되 안쪽 구성을 바꾸는 식이다.

 ◆ 편의장비= E클래스는 현대모비스와 개발한 한국형 내비게이션 또는 본사에서 개발한 한국형 통합 내비게이션을 달았다. 통합 제어장치 ‘커맨드’엔 한글을 적용했다. 열선 스티어링 휠과 뒷좌석 열선, 하이패스 단말기 겸용 룸미러 등도 갖췄다. BMW 5시리즈는 10.25인치 TFT(박막 트랜지스터) 계기판을 옵션으로 마련했다. 원반을 휘저을 바늘까지 100% 디지털 방식이다. i드라이브는 이제 다이얼 윗면에 손 글씨를 입력할 수 있다. 이른바 ‘i드라이브 터치 컨트롤’이다. 가장 연료를 아낄 동선을 짜는 ‘에코 프로 루트’ 기능도 더했다.

 ◆ 파워트레인=E클래스는 총 8개 모델로 선보였다. 직렬 4기통 2.0L 가솔린 엔진의 E 200 엘레강스부터 V6 3.5L 가솔린 엔진의 E 300 엘레강스와 아방가르드, V8 5.5L 가솔린 터보 엔진을 품은 E 63 AMG 등으로 나뉜다. 5시리즈 세단의 엔진은 가솔린 4종, 디젤 6종 등 10가지. BMW 특유의 ‘x드라이브’를 단 사륜구동 5시리즈는 19차종까지 늘었다. E클래스와 5시리즈는 내년 9월 시행될 새 배기가스 규제인 ‘유로6’기준을 만족시킨다. 두 회사가 동시에 반쪽짜리 진화를 서두른 이유이기도 하다.

 ◆ 신기술=E클래스의 ‘주의 어시스트’는 작동범위를 시속 60~200㎞로 넓혔다. ‘액티브 파킹 어시스트’는 평행과 직각 주차는 물론 주차장 탈출도 돕는다. 또 E 클래스 최초의 풀 LED 지능형 라이트가 전 모델 기본이다.

 이번 BMW 5시리즈는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플러스’란 기술을 갖췄다. 앞쪽에 달리는 차와 거리를 자동으로 유지한다. 스스로 제동도 건다. 트렁크는 신형 3시리즈처럼 뒤 범퍼 아래쪽에 발을 댔다 떼면 열린다.

 ◆ 운전감각=벤츠 E 220 CDI를 서울 근교에서 시승했다. 엔진은 연료분사압력을 2000바(bar)까지 끌어올렸다. 그 결과 연비를 기존의 14.8㎞/L에서 16.3㎞/L로 개선했다. 제원 성능은 이전과 같다. 운전감각 역시 판박이다. 시종일관 차분하고 부드러웠다. 그러나 차에서 내렸을 때 낯선 모습에 흠칫 놀랐다.

 뮌헨에서 시승한 BMW 530d와 530i 세단은 반대였다. 외모 변화는 숨은그림찾기 수준. 그러나 운전감각은 이전과 확연히 차이 난다. 한층 역동적이었다. 기울임 막는 서스펜션, 뒷바퀴 조향장치 개선 등이 낳은 결과다. 이번 5시리즈의 변화는 내실 다지기다. 예컨대 인상을 바꾸는 대신 컵 홀더 지름을 키웠다. 꽁무니 형상은 그대로 둔 채 트렁크만 60L 넓혔다.

 이번 메르세데스 벤츠 E클래스와 BMW 5시리즈는 약속이나 한 것처럼 ‘0.5세대의 진화’를 표방했다. 그러나 그 내용은 반대다. E클래스는 외모, 5시리즈는 운전감각을 다듬는데 초점을 맞췄다. 서로 다른 외모나 운전 감각처럼 BMW와 벤츠는 진화의 방향과 구성마저 제 갈 길을 고집한다. BMW코리아는 오는 9월 5시리즈를 국내 시장에 출시할 예정이다.

뮌헨=김기범 자동차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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