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원 출마선언 충격파던진 선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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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김영삼 신민당원내총무의 돌연한 대통령출마선언은 정국, 특히 야당가에대단한충격파를 일으킬것이 틀림없다.
엄격히 얘기해서 그의출마선언은 신민당의 대통령후보지명전에 나선다는것이긴하지만, 후보인선난과 체질개선론의 벽에부딪쳐 갈피를 못잡던 야당은 김의원의 「선언」을 계기로 어쩔수없이 두벽을 조만간뚫어야하기 때문이다.
김의원의 출마선언은 정치적 생명을 건 모험이랄 수 있다. 김의원은 그동안유진오총재를 비롯한 당내의몇몇사람들을 만나 사전통고, 내지 양해를 얻은것같다.
그러나 조용한「경쟁」을 계산하던 젊은 실력자들은 이 불의의 선제를 달갑게 받아들일것같지않으며 일부 노장층의 냉담도 김영삼씨가겪어야할 시련이고 또신민당이 치러야할 과제다.
특히 비주류계가 대통령후보지명경쟁에 실력대결로 나올 경우, 당초부터 40대지도자육성론에 회의적이었던 노장층의비협조가 곁들인다면 상당한 혼란이 일것으로 보는이도있다.
뿐만아니라 지금 입당교섭을 벌이고있는 정쟁법해금인사등일부재야세력과의제휴문제에도 새국면에서 검토돼야 되기 때문에 지도체제개편은 대통령후보지명과 함께 신민당의 진로를 크게 좌우할것같다.
김의원의 일방적인「11·8선언」은 당내에 적지않은 반동과 재야세력에 부작용을 일으킬것이 틀림없는데 그 수습은 유진오총재에게 맡겨질것같다. 유총재는 그동안 병석에 누워있었지만, 당의진로에는 아직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입장에 있기 때문이다.
유총재측근에서는 그의 병세호전으로 비록 후보에 나서지는 못하더라도 당수직은 맡을수 있을것이라고해왔다. 이로 미루어 김의원의 출마선언은 그가 공식으로 후보지명을 받을수있건없건간에 당수·후보의 분리를 불가피하게 만든 셈이다.
12월중에 소집하기로한 임시 전당대회는 아직 그개회시기를 두고 이견이 있어 유동적이긴 하지만 대통령후보 지명을 위해 금년안으로 열릴 가능성이커졌으며 지도체제개편문제도 일단 매듭지어질것같다.
우리나라에서 대통령후보는 여야당을 털어 당수나 당수급이 당에서 추대받은 형식을 거쳐왔다.
이번에 원내총무인 김영삼씨가 단독으로 후보경선에 나서겠다고 선언한 것은 미국에서 흔히 볼수있었던일. 이 새로운 방식의 정치「플레이」를 그가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투표결과에대한 자가비판에서 신민당내외에는 체질개선론이 팽배했으며 거기서 파생된 것이 40대기수론이었다. 이요청에따라 40대의 실력자 몇사람은 차근차근 토대를 넓히는 작업을 해왔으며 몇몇노장들은 또 그들대로 이작업에 제동을 가해온 것이다.
이진통속에서 신민당은영도의 공백상태에까지 빠졌었다. 짧게는 국회정상화를 위한 대여절충과 길게는 바람직한 71년선거를 위한 태세정비의 과제를 안고서도 구심력이 없었던 것이다.
김의원의 돌연한 선언은 결국「40대기수」를 자임하고 경쟁에 기선을 잡은 경선을 양성화 함으로써 내부 영도의 진공상태를 극복하는 계기를 만든셈이다.
이제 김의원의 출마선언이 당에서 공식절차를밟아 이루어지거나 설혹 그렇지못하더라도 그의 선언은후보의 조기지명을 불가피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조기지명을 싸고 제1주자인 김영삼씨와 그뒤를 따를 제2, 제3의 후보가나와 신민당은 연말의 전당대회까지 크게 소용돌이칠 것이다. <박석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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