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유쾌한 '멋진 바보 둘' … 신나야 재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2면

혜원이 킬힐을 신으면 나이차에 맞먹을 만큼 키 차이가 벌어진다. 이주한은 그러나 키높이 신발을 신지 않는다. 혜원은 “우린 재미있게 가기로 했다. 쿨하지만 위트 있고 유머가 있는 음악을 추구하듯, 사진에서도 그걸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긴 장마로 마음도 축축해지는 것 같다. 이렇게 젖은 기분을 한방에 말려줄 만한 음악이 있다면….. 트럼펫 연주자 이주한(48)과 보컬 혜원(29)의 2인조로 개편된 그룹 윈터플레이의 3집 앨범 ‘투 패뷸러스 풀스(two fabulous fools)’가 그런 ‘용도’에 안성맞춤이다.

 세상 모든 개들에게 바치는 ‘쉐이크 잇 업 앤드 다운(Shake It Up and Down)’으로 시작되는 음반에 담긴 경쾌한 리듬, 위트와 유머라면 더위도 습함도 잠시 잊을 만하다. 유쾌·상쾌한 듀오 윈터플레이를 만났다.

 사실 윈터플레이가 조금 생소하더라도 “원 투 쓰리 포 버블버블~”로 시작하는 모 세탁기 CF송 ‘버블송’(원제 ‘해피 버블’)은 모르기 어려울 테다. 이 곡은 1년 넘게 재즈 차트 1위를 차지하는 기록을 세웠다.

  윈터플레이의 진가를 미리 알아본 건 일본 등 해외에서다. 2009년 일본 재즈 에어플레이 및 아이튠즈 차트 1위를 차지하는 걸 시작으로 전세계 24개국에서 발매하기에 이르렀다. 나름 국제적 가수다.

 “우리가 싸이보다 조금 빨랐어요. 하하.”(이주한)

 이주한은 외교관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남아메리카 수리남에 갔던 11살에 처음 트럼펫을 잡고 이듬해부터 수 천명 앞에서 공연을 했다. 가만히 있질 못하는 성격이었던 그에게 트럼펫은 잃어버린 짝인것처럼 잘 맞았다.

 “색소폰 연주자들은 케니지처럼 머리 길고 예쁜 사람이 많은데, 허브 앨버트·척 맨지오니·크리스 보티 등 잘 생긴 ‘놈’들은 다 트럼펫 연주자예요.”(이주한)

 혜원은 외할머니 대부터 품어온 가수의 꿈을 갖고 원조 오디션 프로그램이었던 MBC ‘악동 뮤지션’에 참가해 최종 합격한 전력이 있다. 하지만 회사가 계속 바뀌며 앨범을 못 내고 시간만 보내다 대학에 진학해 배운 재즈에 흠뻑 빠져버렸다. 그러다 이주한을 만나 윈터플레이에 합류했다.

 이들의 음악은 재즈를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재즈라는 테두리에 가둘 순 없다. 보사노바풍에 펑키한 리듬을 갖춘 라운지 음악 같은 분위기랄까. 마구 분류하자면 ‘팝재즈’이지만 ‘윈터플레이’라는 이름의 장르라도 하나 만들지 않고선 정의하기 어려울 듯하다.

 3집 타이틀곡 ‘여보세요 베이비’는 한번 들었을 땐 다소 갸우뚱했다. 하지만 60년대 복고풍의 코믹 컨셉트 뮤직비디오와 함께 보니 재미가 배가됐다. “이보세요 내 사랑이 장난감이니. 여보세요 베이비, 아 유 오케이?”란 가사는 이주한이 평소 자주 쓰던 말에서 가져왔다.

 “주한 샘(선생님)이 가사를 쓰실 때 보면 항상 캐릭터가 있어요. 다른 가요보다 뭔가 극적인 상황이 그려져 부르는 입장에서 재미있어요. 외국 생활을 오래 하셔서 한국 말이 익숙지 않은 면이 있는데, 그래서 오히려 신선하게 다가오는 경우도 많아요.”(혜원)

 앨범을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위트와 유머다. ‘쉐이크 잇 업 앤드 다운’엔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의 ‘개 소리’가 담겼다.

 하지만 앨범 전체가 통통거리기만 하는 건 아니다. 5번 트랙 ‘퓨어 하트’는 이주한이 사랑하는 이와 잠시 이별하곤 아픈 감성을 담아 쓴 애잔한 곡. 바로 지금의 아내에게 바치는 노래다.

글=이경희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