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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남철수에 시한 없다|험프리 전미부총령 본사 기자와 회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28일 내한한 전 미국부통령 「휴버트·H·험프리」씨는 『미국이 월남전에 개입한 목적으로 이미 달성되었으며 이제 미군은 철수할 때가 왔다』고 선언하고 『월남군은 스스로 침략을 방어할 수 있을 만큼 성장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내한 직후에 가진 기자회견에서 주월 미군이 철수해야 하는 이유 중의 하나로 『미국은 월남의 동맹이긴 하나 월남의 주인은 아니라』는 사실을 들었다, 다음은 기자와의 일문일답 내용이다.
최근 닉슨 대통령을 만나 상당히 진지하게 의견교환을 한 것으로 보도되었는데 그 내용을 좀 공개할 수 있는가?
『「닉슨」대통령이 지난여름 동남아와 구조를 방문했던 얘기, 월남전 전반에 걸친 상호간의 기탄없는 의견개진, 그리고 최근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미국의 신고립주의 경향 등에 관한 토의를 했다.
실례상 대통령과의 대화 내용을 전부 공개할 수는 없다.』
미군은 이미 월남에서 철수하기 시작했다. 이는 당초 미국이 월남전에 개입할 당시의 목표가 전부 달성되었기 때문에 취한 행동으로 해석해도 좋은가?

<파병엔 두 가지 목적>
『미국이 월남전에 개입한 목적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북으로부터의 공산침략을 저지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월남국민이 자립하고 완전한 자결권을 가질 수 있을 때까지 시간을 벌어주자는데 있었다. 우리의 군사력을 과시하거나 군사적 승리를 노린 것은 절대 아니라는 얘기다.
이상의 우리 목적은 널리 이해되었고 또 이미 달성되었는데 이를 위해 우리는 막대한 돈과 4만여 명의 전사자, 20만 명의 부상자를 내었다. 이제 우리는 철수할 때가 온 것임을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나는 행동을 중지하지 않는 단계적인 철군을 주장한다.』

<월남군 충분히 성장>
그 단계적인 철군이란 어떤 시한성을 띤다는 얘긴가?
『철군에 어떤 「데들라인」이 있어선 안된다. 월남군은 이미 훌륭한 장비를 지급 받았고 좋은 훈련을 받아 막강한 군대로 성장하고 있다. 그들에게 점진적으로 책임을 이양시키자는 것이며 이에 따라 우리의 철군 속도는 빨라질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의 고위관리들은 최근 71년까진 주한 미군을 철수하지 않겠다고 밝혔는데 이는 72년부터는 철수할 수도 있다는 얘기가 아닌가?
『솔직이 말해서 내가 공직에 있지 않기 때문에 이에 대한 명확한 답변을 할 만한 정보나 자료를 갖고 있지 않다.
그러나 북괴가 「게릴라」전을 시도하고 DMZ등지에서 도발을 일삼는 지금 주한미군의 철수계획이 서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

<한국엔 선택적 지원>
특히 한국에 대한 미국의 군사개입은 한국이 미국의 『선천적 지급』을 받고 있는 특수지역이기 때문에 주한 미군은 계속 주둔할 것이며 또 그렇게 해야 한다.』
최근 미국내에서 일고 있는 「모로토리엄」(초기격전) 운동을 어떻게 보는가?

<조기 종전 운동 지지>
『지지한다. 이 운동엔 미국내의 교육자·학생·노동자·상원의원·목사 등 각계 각층의 인사들이 모두 참여했다. 흔히 있는 학생활동하고는 차원이 다른 새 흐름이다.
「모로토리엄」운동자들은 비폭력으로 그들의 의사를 진지하게 표시하고 있으며 「닉슨」행정부는 이 여론을 충분히 고려해야 할 줄 안다.

<대통령 선거 재출마>
당신은 오는 72연도의 대통령선거에 재출마할 용의가 있는가?
『앞으로의 일을 예측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디다. 그러나 나는 지금이나 72년도에나 내 조국의 정치적인 활동에 강력히 참여하고 국가에 봉사할 결심이 서 있다.』
「포스트·베트남」은 동남아에서의 「힘의 공백」을 노리는 소련의 전략에 이용당할 여지가 있다는 우려도 나오는데 이에 대한 미국의 대응책은 무엇인가?
『현재 동남아엔 소련군이 없으며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정치적·경제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어한다.
나는 동남아에서의 「힘의 공백」이란 말 자체를 반대한다. 제7함대가 있고 「시토」가 있고 각국과의 상호방위조약이 있지 않은가?
또 소련은 그들 자신의 국내문제, 경제 정책 실패, 중공과의 국경충돌 등으로 인해 수많은 고민을 안고 있고 그들이 감히 동남아를 넘보는 여유는 갖지 못할 것이다.』 <김건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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