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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긋난기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퇴근시간이 가까운 한가한 오후였다. 아무표정없이 편지를 책상위에 던지고 돌아서는 배달부 아저씨를 눈으로 보내며 무심코 편지를 들었다. 순간 손끝에 스며드는 딱딱한 감촉이 나를 긴장시켰다.
얼마전 어머님이 다녀가시며 가을엔 결혼하라던 말씀이 생각났기 때문일까.
○…긴장되면서도 어떤아가씨일까하는 야릇한 흥분마저가볍게 느끼는건 결혼적령기남자들의 공통된 심리일지도 모른다. 약간 떨리는 손끝으로 조심스럽게 봉투를 들었다. 자신도 모르게 일종의 호기심과 기대에찬눈으로 사진부터 집어냈다. 순간적으로 입속의 침이 쓴맛으로 변했다.
예쁜아가씨이기를 바랐던 나의기대와는 아랑곳없이 어처구니없게도 조카의 백일기념사진이 나올줄이야.
○…부풀었던 마음은 벼랑으로 떨어지는 기분에 비유한다면 제격이라고나할까. 어떻게된셈인지 읽는둥 마는둥 하고선 어머니의 편지를 휴지통에 던져버리고 말았다. 기대했던 아가씨가 아니라서 천대받은 어머니의정성과 마음에 죄송스러움과 불효한 행동의 반성보다 결혼에 대한 이야기었기를 수줍은 소녀처럼 얼굴을 붉히며 망상하는게 노총각의 조급합이라고 자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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