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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세기만에 헤아리는 팔만대장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경남해인사에 소장된 국보32호 팔만대장경판의 보존관리조사단은 지정된 8만1천2백58장의 판목가운데 적어도 10장이 없어졌고 또 상당수가 파손되고 있음을 밝혀냈다. 문화재관리국이 파견하여 지난 8월6일부터 현황조사에 나선 이조사단은 판목의 확인에 서수생교수(경북대), 과학적 보존및 복원사업에 김유선박사(과학기술처)와 조명기박사(문화재위원)등 3명으로 구성돼있다. 이조사연구사업은 금년부터 71년까지 3개년간 1천만원의 예산으로 베풀어진다.
경판의 분실및 파손은 서교수의 판수점검으로 드러나고있는데 어느 부분이 얼마나 없어졌고 어떻게 망가져있는가하는 집계는 금년말까지 보고키로돼있다. 세계적 보물인 이8만여경판은 해인사에 있는 4채의 판고에 나눠 넣어둔채 점검한적이 없고 다만 근년에 인출해낸일밖에없다. 8만1천2백58장을 헤어놓은것은 일제초기인 1915년. 그래서 언제 분실된 것인지 가려내지 못하고 있으며 그간의 인출본과 대조하는등 복잡한 조사과정을 거쳐야할것으로 보인다.
일제때 사내및 남총독이 판목으로 찍어낸 책은 11벌, 우리나라에는 서울대·해인사·상원사·통도사에 1부씩있고 일본과 중공등에 2∼3부남아있는것으로 전해지고있다.
해방후 처음으로 63년∼68년에 걸쳐 찍어낸것은6벌한정판. 해인사가 당국의허가를 얻어현지주민인 박상연씨등 수명의기술자를 시켜 했다.
서교수는 판목에 곰팡이가 핀것은 지난번 인출할때 묻힌 먹물을 깨끗이씻어내지않은 때문이라는 점에서 주의를 환기시키고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완벽한 불경의 판목인 이 국보는 1251년 고려 고종38년, 16년간의 작업으로 완성된것으로 책으로 엮으면 1천4백95종에 6천5백66권, 판목 한장에 14자 23행씩 앞뒤로 새겨있으니까 6백64자. 총 8만1천2백58장(중복1백21장 포함)이므로 5천4백여한자나 된다.
정부는 이같은 지보적가치를 뒤늦게 깨닫고 조사를 착수한 것이며 이번현황조사비로 3백만원, 과학적인 보존연구에 50만원, 부족하거나 마멸된 경판의 복원에 6백50만원을 책정하고 있다.
그중 과학적 보존문제를 맡은 김유선박사는 내년까지 1년동안 판고내의 습도와 온도, 목질과 거기 묻은 먹물의 성분및 건물의 결함등 종합적인 「데이터」를 통하여 긴급대책과 항구적 대책을 마련하게 된다고 내다보면서 『이번곰팡문제는 속단할수 없는것』이라고 말하고있다.
그러나 이같은 근본적인 보존문제에 앞서 인위적인 피해조건을 보다 시급히제거해야 할것이라고 문화재위원들은 의견을 모으고 있다.
첫째 도난의 위험성이다.
경판이들어있는판고역시 국보. 그래서 무수한 광창과 허술한 문짝을 예 그대로 두기 때문에 경판자체를 비장하는데는 안전도가낮다.
특히 요사와 떨어져있고 낮은 담이 산과 연접해있어 특별한 경보장치가 요청되고있다.
둘째 관람객에 의한 훼손이다. 수많은 관람객이들끓어 먼지가 심히 일고있을뿐 아니라 관리자의 무질서한 개방으로 손이 많이 가고있다.
세째 재해의 방지책이다.
현재 소화전을 몇군데비치한데 불과하나 훨씬 규모큰 방화시설이 요청된다.
지난번 인출시에는 판고안에 숯불과 종이 더미를 함께 놓고 작업한 사례가 있는데 이러한 일은 위험천만한 짓이다. 따라서 판목에관한 모든 작업은 별도의 시설문안에서 행해져야한다는점등이 지적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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