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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이소프」의 우화에 『과부와닭』이라는 것이 있다. 가난한 과부가 한 마리의 암탉을 기르고 있었는데, 그 닭은 매일 빠짐없이 알을 한 개씩 낳았다. 그러나 이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었던 그녀에게 마침내 비상한 「아이디어」가 하나 떠올랐다.
즉 그것은 닭에 주는 모이를 갑절로 늘린다면 알도 매일 두 개씩 낳을 것이라는 계산이었다. 그리하여 종전의 두배나되는 모이를 먹게된 그 닭은 통통 살이 쪄갔으나, 알은 그만 더 낳지 못하게 되었다. 이쯤되면 계산착오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러나 어떻게 보면 우리 인생은 모두 이런 착오속에 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내 아는 친구 하나는 과거 10년동안에 여러번 사업내용을 바꾸어 보았으나, 그중 어느 하나도 제대로 된것이 없었다. 남은 것은 부채뿐이었고 택할 길은 오직 자살이 있을 뿐이라고 하였다.
실패의 변을 그 친구에게서 들어보면, 첫째는 자본의 부족이고, 둘째는 운이 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업에 대하여 전혀 문외한인 나로서는 그 친구의 이야기를 그저 듣고만 있을 수밖에 없었지만, 나는 내 나름으로 생각해 보았다. 그 친구가 가지고 있는 자본에 알맞는 소규모의 사업을 하였었더라면 하고.
따지고 보면 이러한 실패의 원인도 「이소프」의 그것과 크게 다를 것이 없는 착오에서 오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착오는 마냥 자기실력(자본)의 부족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실력에 대한 정확한 평가의 부족에서 오는 것 같다.
나하고 동경인한 젊은 청년이 막벌이라도 해보겠다고 처자를 이끌고 지난해 서울에 올라왔다. 그가 가지고 있는 것이라곤 방을 한간얻고, 손수래를 겨우 하나 마련할 정도였다. 그는 남다른 끈기와 노력으로 야채장사를 꾸준히 계속하여 지금은 방도 늘려 나갔고, 다소의 저축도 해가고 있는 모양이다.
그를 대할 때마다 나는 늘 넘치는 의욕가 자신과 근면을 느낄수 있었는데 요즈음 그에게도 큰 걱정이 하나 생겼다. 오랫동안 실직하여 생계가 어려운 그의 형이 자주찾아와 이 가난한 동생에게 기대곤 하는 모양이다. 그의 형과 형수는 모두 어엿한 대학을 나온「인텔리」라고 한다.
그러니 아무 일이나마 할수는 없고, 그렇다고 좋은 직장이 얼른 나서는 것도 아니니, 본인은 세상만을 비관하여 곧 자살이라도 할것만 같다는 것이다. 어딘지 잘못된것같다. 그의 형의 생활관속에는 아직도 자기가 처해있는 여건 이상의 착오라는 망상이 도사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기 객관화의 작업이 그리 쉬운 것은 아닌가 보다. 어쩌면 거의 불가능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요즈음 잇따라 우리에게 큰 충격을 주었던 몇가지 사건들-. 단돈 백원을 탐내어 이웃 친구를 죽인 「무서운 아이」들의 소행이라든가, 고교생의 신분으로 술에 취해 교사에 반항하다 빚어진 불상사, 또는 사교가 아님을 아버지앞에서 입증하기 위해 일가족 5명이 음독몰살한 이 착오아닌 착오의 끔찍한 비극들을 우리는 어떻게 보아야 할것인지. 한낱 착오로만 넘겨 버릴수는 없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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