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장은 말을 않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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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국무위원전원이 일괄사표를 제출키로 한 20일의 국무위원간담회는 대통령에게 「프리·핸드」를 주는 절차이기 때문에』담담한 분위기였다고. 이날상오 청와대에서 박대통령과 만나고 나온 정일권 총리는 전국무위원과 서일굡버제처장, 박기석원호처장을 총리실로 긴급 소집했다. 총리실로 모여든 국무위원들은 『사표제출은 우리가 해야할 당연한 일』이라면서 제3공화국수립이후 네 번째가 되는 일괄사표의 어느때보다도 가벼운 표정들.
한편 총리실 주변에선 일괄사표를 놓고 ①시간적으로 봐 대폭 개각은 한두부처가 갈릴 가능성 ②정부·여당의 전면개편과 때를 같이할 수 있도록 그때까지는 한부처의 개각도 없이 모두 반려될 것이라는 등으로 저마다 점을 쳤다.
○…『패전지장은 말이 없는 법입니다』-.(유진산부총재의 말) 20일 당사에서 열린 신민당의 첫 정무회의는 오래간만에 얼굴을 맞댄 대부분의 정무위원들이 입을 열지 않아 무거운 기분이었다.
정무회의는 개헌안통과 사후대책을 협의한 끝에 지난 6·8선거때처럼 법적소송을 내는 것은 실효성이 없으므로 우선 첫단계로 국회를 통해 이번 국민투표에서 알려지지 않은 부정을 최대한으로 폭로하여 국민앞에 알리자는데 의견을 모으고 각지에 흩어졌던 정무위원들 보고를 종합했다.
신민당은 이번 국민투표에서 불법부정이 많았다고 보면서도 그 결과에 대해 「무효」라는말은 쓰지않고 있는데 많은 간부들은 지난 한·일회담때나 「6·8」선거때처럼 자가비판이 대여규탄보다 앞서서는 안된다는 배려 때문인 듯.
첫정무회의는 각 지방에 있었던 위원들의 보고를 들었는데 정성태 유옥우 박영록의원등은 이번 선거는 30만공무원이 치른 선거라고 흥분.
○…『국민투표로 인한 태풍은 이미 북상했고 이제 국회정상화문제만 남았습니다』- 20일아침 청와대조찬회를 마치고 25일만에 국회에 나타난 김택수공화당원내총무는 『앞으로 국회정상화를 위해 아량을 가지고 야당과 대화를 나누겠다』고 말했다.
김총무는 『야당이 총무회담을 통한 대화를 받아 들이지 않는다면 정치를 거부하는게 아니냐』면서 『어쨌든 야당도 이번 국민투표를 계기로 냉철한 자가비판을 해야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정부·여당간부들은 조찬회에서 「토스트」와 목장우유로 가벼운 식사를 하면서 서로의 수고를 위로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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