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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투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드디어 심판의 날은 왔다.
그렇게도 시끄럽던 「3선개헌」은 우리 유권자 한사람 한사람의 기표로써 가부가 결정나는 것이다. 국민이 주권자라는 말은 잠재적인 관념일 뿐이고, 실은 투표하는 순간에만 주권자라는 말까지 있고 보면 기표소 안의 잠깐의 동작이 숙연해지지않을 수 없다.
이 엄숙한 순간에 우리는 참다운 주권자의 긍지로써 냉철한 판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우리의 현명한 판단만이 과거의 불행한 민주주의의 아픔을 되풀이하지 않는 담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건국 20년 그 동안에 입은 상처 때문에 우리는 저도 모르게 지쳐있고, 냉소적이고 좌절감에 사로잡혀있는 탓이다. 투표때마다 부정과 모략과 타락이 난무했기 때문에 이젠 투표를 그리 신성하게만 보지 않으려는 풍조가 생긴 것이다. 우선 무슨 짓을 해서라도 이겨만 놓으면 그만이라는 사고 방식이 신조처럼 되어있는가 하면 실제로도 나중의 말썽쯤은 흐지부지 되어버리곤 했다.
그래서 부정과 타락 여기에 「변칙」까지 한몫끼어 허울좋은 국민주권은 현고학생이 될뻔한 위기를 겪어야 했다.
이런 왜곡된 현상은 물론 1차적으론 정치인들의 과오로 비난되어 마땅하겠지만 좀 더 따지고 보면 이 나라 주인인 우리 국민 전체의 궁극적인 책임이 있다고 하겠다.
부정과 타락에 줏대없이 휩쓸리고 흔들리는 것 거기에 매수되거나 이용당한 것이 곧 민주주의 말살의 방조행위이기 때문이다.
정치인이나 위정자를 나무라기에 앞서 국민 각자가 먼저 각성해야 할 절실한 이유가 여기에 자 명해 진다.
새삼스런 이야기지만, 민주주의란 적법한 절차를 생명으로 삼는 (방식의 철학)이다.
정치하는 사람들은 과열된 자기 입장 때문에 이것을 까맣게 잊기 쉽다. 그러나 공정하고 합법적인 방식 (절차)는 누가 뭐라고 해도 민주주의의 처음이자 마지막 과제인 것이다.
이번 국민투표역시 그 결과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치러나가는 과정과 절차가 보다 큰 생명이라고 본다.
오늘 하루만이라도 우리 모두 떳떳한 주인의 자세를 잊지 말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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