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미 경찰, 윤창중 체포영장 발부받았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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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중앙포토]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기간(5월 5~10일)에 주미 한국대사관의 여성 인턴 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미 경찰의 수사를 받아온 윤창중(사진) 전 청와대 대변인에 대해 체포영장(arrest warrant)이 발부됐다고 20일 중앙SUNDAY가 단독 보도했다.

복수의 국내외 소식통은 20일 윤 전 대변인의 성추행 사건을 수사해온 워싱턴DC 경찰은 지난주에 여성 인턴 성추행 혐의와 관련된 수사를 사실상 마무리하고 법원에 체포영장을 신청해 발부받았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윤 전 대변인에게 체포영장이 발부된 혐의가 ‘경범죄(misdemeanor)’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하지만 한·미 범죄인 인도조약의 대상(징역 1년형 이상)에 해당되는 ‘중범죄(felony)’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의 미국 변호사는 “윤 전 대변인에게 체포영장이 발부됐다는 것은 워싱턴 경찰의 수사가 곧 마무리되고 검찰 기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고 볼 수 있다”며 “그러나 윤 전 대변인이 미국에 가지 않는 한 미국 당국의 체포영장 집행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워싱턴 경찰 고위 관계자도 지난 5월 21일 언론 인터뷰에서 “수사가 끝나는 대로 경범죄가 되든 중범죄가 되든 연방법원에 윤 전 대변인에 대한 체포영장을 신청할 것”이라고 말해 이번 영장 발부는 경찰 수사가 마무리된 방증으로 읽혀지고 있다.

미국 검찰이 기소 단계에서 윤 전 대변인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도 있지만, 이 또한 윤 전 대변인이 미국에 가지 않으면 집행될 수 없다고 이 경찰 관계자는 덧붙였다.

우리 정부의 관계자도 20일 중앙SUNDAY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르면 이달 안으로 경찰 수사가 마무리되고, 검찰이 기소 여부를 결정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윤 전 대변인에게 경범죄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이 커 미 수사 당국도 고민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징역 1년형 미만의 경범죄는 한·미 범죄인 인도조약의 대상이 아니다. 또 범죄의 경중과 무관하게 미국 경찰이 한국 경찰에 수사공조를 요청할 수 있지만, 중죄인에 대해 주로 이뤄져 온 양국 수사 공조를 성추행 경범죄자에 대해 신청할 경우 미 사법당국으로선 형평성과 효율성 논란에 빠질 수 있다.

정부 관계자들은 윤 전 대변인 체포영장 발부에 대해 “정부로선 아직 관여할 부분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 관계자는 “미 사법당국에서 수사 협조를 요청해올 경우 정부는 적극 협력할 것이나, 범죄인 인도조약에 해당되는 중범죄로 기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체포영장 발부만으론 윤 전 대변인에 대해 정부가 할 수 있는 조치가 법적으로 없다”고 설명했다.

윤 전 대변인의 두 차례 성추행 혐의 가운데, 공개적인 장소인 호텔 와인바에서 인턴 여성의 신체를 더듬은 것으로 알려진 1차 추행은 경범죄로 처리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국내외 법조계의 중론이었다. 그러나 윤 전 대변인이 자신의 호텔 방에서 알몸 또는 속옷 차림으로 인턴을 맞은 것으로 알려진 2차 추행은 중죄인 ‘강간 미수’로도 볼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왔다.

하지만 여권 소식통은 “미 수사 당국은 1, 2차 추행의 정황과 피해자의 입장, 사건의 외교적 성격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경범죄로 처리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이럴 경우 윤 전 대변인은 미국에 가지 않는 한 범죄인 인도를 피할 수 있다. 하지만 앞으로 미국을 왕래하려면 미 당국에 체포될 것을 각오해야 한다. 범죄 혐의자 체포영장은 한번 발부되면 그가 체포될 때까지 계속 유효하며 그때까지 사건은 종결되지 않는다고 현지 경찰이 밝혔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윤 전 대변인이 워싱턴 대형 법률회사인 ‘애킨검프’의 수석 파트너 김석한 변호사를 변호인으로 선임한 점을 들어 미 사법당국과의 ‘딜’을 통해 사건을 신속히 마무리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에서 사회봉사명령 등을 이행하는 조건으로 재판을 받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는 방안이다. 김석한 변호사도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이런 좋지 않은 사건은 빨리 종결하는 게 한국과 미국, 당사자들에 좋은 일”이라며 “윤 전 대변인이 기소될 경우 워싱턴에서 법정 다툼을 신속히 마무리 짓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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