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2)서울은 만원이다|이호철<소설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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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서울인구는 드디어 5백만을 육박하고 있는 모양이다. 인구가 4백80만이라니까, 사실상 서울에서 늘 들끓고 있는 인구는 5백만이 활 씬 넘는다는 계산이 나올 수도 있다·지방에 살면서 출장이라든지, 그 밖의 이일 저 일로 상경, 「호텔」·여관 등에 투숙하는 숫자도 적지않을 것이다. 1966년 내가『서울은 만원이다』라는 소설을 쓸 때에 서울 인구가 정확히 얼마였던지 모르겠기만, 지금 생각하면 이미 훨씬 옛날처럼 여겨진다. 모르긴 몰라도 「길녀」 (소설의 주인공) 도 이미 그 순박성과 시골티를 다 잃어버렸을 것이고, 그녀 나름으로 슬슬 미국이나 경기가 좋다는 윌남쯤 갈 꿈을 꾸고있는 것이나 아닌지 모르겠다.
어쨌든 모든 것이「매머드」화해 가는 서울은 현대도시의 외모를 갖추면서 사실은 공포의 지대로 급속히 변모하고 있는 인상이 없지 않다.
해떨어진 이후의 서울의 뒷거리는 명실 상부 하게 악마 굴같이도 보인다. 나는 며칠 전 저녁 8시쯤에 한국은행 앞쪽에서「버스」를 타려다가 기어이 포기해 버리고 소공동 쪽으로 건너와서「택시」를 기다리는 긴 행렬 뒤에 섰었다. 거짓말이 아니라 근1시간을 기다려서 비로소「택시」합승을 해서 귀가한 일이 있다.
이 때의 단적인 느낌은 서울거리의 현대화와 퇴폐화는 어쩌면 등식관계를 이룰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외양은 현대화 하여가고 내실은 엄청나게 퇴폐화 하여가고 있는 것이다. 지하도 속의 그 웅웅거리는 소리, 자동차의 홍수를 보라. 서울시내의 교통난 해소 책만 이라도 서울특별시장께서 한번 시원히 밝혀주셨으면.
그리고 인구의 지방분산 이라는 정부의 시책이 어쩐지 역행되는 현상을 초래하고 있는데대한 정부당국의 답변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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