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선 공사 인부 사망 사고… 서로 안 알려 참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7면

작업인부 7명의 목숨을 앗아간 15일 새벽 철도사고는 안전불감증에서 비롯된 전형적인 인재(人災)였다.

철도청은 상행선 열차의 선로를 하행선으로 갑자기 바꾸면서도 이를 작업장 관계자들에게 미리 통보하지 않았다. 또 시공.감리 업체는 신고한 작업시간보다 두시간쯤 일찍 인부를 투입하면서 이를 철도청에 알리지 않았고, 안전요원도 배치하지 않았다.

◇안전수칙 무시=인부들은 철도청이 허가한 작업시간(오전 3시20분~8시25분)보다 이른 0시50분부터 현장에 투입됐다.

생존 인부들은 "작업시간이 빠듯해 예정보다 두시간 가량 앞당겨 작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시공사인 ㈜대진철도측은 "신고한 시간보다 한두시간 먼저 나와 일을 하는 게 관행"이라고 설명했다. 시공사측은 안전수칙에 규정된 열차 감시원 배치도 하지 않았다. 또 감리사인 동명기술공단은 작업 시작 한시간 전에 역장에게 신고하도록 돼 있지만 지키지 않았다.

'열차운행선 지장공사 및 보수공사 안전수칙'에 따르면 시공사와 감리업체의 안전책임자는 작업 전 역장과 열차운행.작업관련 사항 등에 대해 협의토록 돼 있다. 또 시공사는 작업장 양 방향에 감시원을 배치하도록 규정돼 있다.

◇선로 변경 미통보=사고 열차는 이날 갑자기 하행선으로 변경했는데도 이 사실이 인부들에게 통보되지 않았다.

신태인역 관계자는 "15일 0시40분 순천역으로부터 '열차 노선변경 지령'이 내려왔다"며 "공사 시작 한시간 전에 감리사로부터 작업신고를 받을 때 이를 알려주려 했는데 예정보다 두시간쯤 앞당겨 인부들이 현장에 들어가버렸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공사측은 "열차 선로 변경은 '즉시'통보해주도록 돼 있는데 철도청이 이를 어겼다"고 반박했다.

경찰은 철도청 관계자와 시공.감리사 현장책임자 등을 불러 작업을 앞당긴 이유 등에 대해 집중 조사를 벌이고 있다.

◇사고발생=15일 오전 1시쯤 전북 정읍시 감곡면 호남선 감곡역 1백50m 전방 고성천 철교에서 하행선 선로 해체작업을 하던 인부 나일문(45)씨 등이 광주발 서울행 465호 무궁화호 열차(기관사 박원석)에 치여 그 자리에서 숨졌다. 유동철(43)씨는 부상을 당했다.

정읍=장대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