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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태안 사설 해병캠프서 고교생 5명 파도 쓸려 실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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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충남 태안 안면도 앞바다에서 사설 해병 훈련 캠프에 참가했던 고교생 5명이 바다에 빠져 실종됐다.

 18일 태안해경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쯤 공주사대부고 2년 김동환·이병학·이준형·장태인·진우석군이 안면읍 백사장해수욕장 앞바다에서 캠프 훈련 중 파도에 휩쓸렸다. 김군을 비롯해 공주사대부고 2학년 198명 전원은 방학을 앞두고 17~19일 2박3일간 사설 교육훈련업체가 해병 교육을 본떠 만든 ‘병영활동 체험’을 하는 중이었다.

 사고는 학생들이 교육 훈련을 마치고 바다에서 마지막 정리운동을 하는 중에 일어났다. 1차로 20명이 교관 지시에 따라 바다로 천천히 들어가 물이 가슴께에 이르는 순간 1m 높이 파도가 닥쳤다고 학생과 교사들은 전했다. 15명은 무사히 빠져나왔으나 5명은 실종됐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안면도 앞바다에서는 초속 6~9m의 빠른 바람이 불고 0.5~1m 높이의 파도가 쳤다.

 학생들은 특히 사고 당시 구명조끼를 입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캠프 측은 “간단한 마지막 정리운동인 데다, 깊은 곳까지 들어가는 것이 아니어서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도록 했다”고 밝혔다. 인근 주민들은 “사고 현장은 평소에도 물살이 빨라 파도가 높지 않더라도 안전 장비가 필요한 곳”이라고 말했다.

 해경은 헬기 3대와 경비정·구조정 10여 척을 동원해 수색에 나섰으나 밤늦게까지 실종자를 찾지 못했다. 해경은 캠프 관계자와 학생들을 대상으로 이날 날씨가 나쁜데도 무리하게 훈련을 강행한 것은 아닌지, 캠프 교관들이 해양 훈련 지도에 필요한 자격증은 갖췄는지 등을 조사 중이다.

 이날 사고와 관련, 해병대 측은 “사고를 낸 캠프 운용업체는 실제 해병대와는 무관한 사설 단체”라고 밝혔다. 국내에서 해병대 사령부가 비영리 공익사업 차원에서 운영하는 진짜 해병대 캠프는 1997년부터 포항 1사단 훈련장에서 실시하고 있는 것 하나뿐이다. 이와 별도의 사설 캠프는 전국에 수백 개가 난립해 있다. 2000년대 들어 조직력과 단합을 중시하는 기업·단체의 극기훈련 수요가 늘면서 우후죽순 격으로 생겼다. 대부분 ‘해병대 아카데미’ ‘해병대 체험 캠프’라는 식으로 이름을 걸고 성업 중이다.

태안=서형식·신진호 기자, 장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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