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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업에 맞선 직장폐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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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평행선을 달리는 면방업계의 노·사분규는 서로가「5원」을 양보하지 못하는데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못하고 있다. 이 분규는 급기야 전국 15개방직공장의 문을 닫는 사태까지 몰고와 2만4천여명의 근로자들의 생계와 우리나라 면방업계의 몰락마저 가져올 위기에까지 직면했다.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섬유노조 면방분회(위원장 이춘선)의 파업과 이에 맞서 공동직장폐쇄를 단행한 방협산하 15개업체와의「싸움」은 3개월을 끌었다. 이 기간동안 15차의 노사회의와 2차의 임의중재 2차의 노동청중재가 모두 실패, 결국은 외골쑤실력 대결을 하게된 것이다.
당초 섬유노조는 현재 하루8시간 기본임금 2백5원을 28·8%(3백25원) 올리라면서 7월1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발생 신고를 하여 적법판정을 받았다.

<최저생활 보장을>
섬유노조의 주장에 대해 방협측은 물가 상승률보다 높게 임금을 올릴수 없다면서 10%(2백80원)만 올려주겠다고 버티었다.
9월2일 노동청에 의한 최종중재에서 노조측은 3백6원을, 방협측은 2백96원을 주장, 노동청은 쌍방이 5원씩더 양보해서3백1원에 타협할 것을 종용했다.
노동청중재안을 방협은 수락했지만 노조측이 거부해버렸다. 그후로 노사간의「대화를 통한 해결」의 길은 막혀버리고 만셈. 따지고 보면 2천여명의 노조원을 고용하고있는 K방직의 경우 양보한 김에 5원을 더 양보해서 노조측 주장 3백6원을 받아들인다면 하루1만원, 1개월에 30만원을 손해(?)보는 결과가 된다.
노조측에서는 당초 3백25원선을 내세울 때, 5명가족을 가진 노동자 1명에 일체의 공과금을 계산에 넣지않고 최저생계비는 1만9천7백22원으로 산출, 공과금을 포함하는 경우는 2만2천6백80원으로 산출했다.
노조원의 80%가 여자이기 때문에 부양가족을 2·5인으로 잡고도 1만1천5백70원인데 노조가 인상을 요구하는 임금액수는 최저생활급에도 미달하는 액수라는 것이다.

<운영난들어 불응>
이에 대해 방협측은 17%(2백96원)이상인상은 도저히 어렵다고 고개를 돌리고 있다. 방협은『제품가격은 67년이후 계속하락하고 있는데 반해 임금은 67년 17·8%, 68년28·5%가 올랐으며 물가상승률은 67년 10·9%, 68년 10·8%로 오른 것』을 보면 임금상승율이 물가상승률 보다 높으니 노조의 요구 전액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이번 면방계의『5원 전쟁』은 논리적인 주장뒤에 다분히 감정이 개입되어있는 인상마저 주고 있다.
지난 9일 방림과 태평 두노조지부가 2시간 시한부 태업을 하자 방협은 즉각 노동청에『방협산하 어느 기업체든지 파업이 나기만하면 15개 기업체를 모두 직장폐쇄하겠다』고 신고. 12일 금성지부에서 파업이 나자 일제히 공장문을 2시간씩 닫았다.
파업에 대한 기업주의 최후의 자위수단인 직장폐쇄를 오히려 파업에 앞서 선수를 쳐 직장을 폐쇄하는 기업주들은『이번 기회에 노조의 콧대를 꺾어놓고보자』는 심산도 엿보인다. 특히 금성의 경우 섬유노조지부가 12일 노조원들에게 2시간 시한부파업을 지시했는데 기업주는 무기한 직장폐쇄로「오버·액션」해버리고말았다.
이어 13일 하오에 나머지 14개업체도 금성에 이어 전면 직장폐쇄를 단행하여 노·사분규는 극에 달한 감마저 없지않다.
행정관청에 의한 이의 해결방안은 당국의 긴급조정뿐이나 노동청당국은『아직 긴급조정에 나설 정도까지 사태가 악화된 것으로 본다』면서『가까운 시일안에 노·사간 타협이 안되면 긴급조정은 불가피하다』고 말하고있다.
▲김윤환교수(고대)의 말=우리나라에서는 노동자의 생활비보장이라는 점과 기업의 지불능력의 상관관계에서 임금이 결정되어야한다. 뭐니뭐니해도 우리나라 수출기업이 외국기업에비해 자본구성등이 불리함에도 불구하고 경쟁할 수 있는 것은 낮은 임금의 혜택이다. 기업은 노동자의 최저생활임금을 무조건 주고서 노동의 생산성등을 논해야할것이다.

<기업의 체질개선>
최저생활급을 못주는 기업은 이땅에서 사라져 마땅하다.
기업체도 노동의 생산성을 논하기에 앞서 나쁜 시설과 고리채등을 없애 기업자신의 체질을 개선해야한다.
▲우기도교수(한양대)의 말=이번 면방계의 쟁의는 노사쌍방이 주장의 근거를 숫자로 제시, 진보적 성격의 일면을 보여준 쟁의이기도하다. 오늘날의 임금수준은 최저생활급보장이라는 점은 물론이지만 그보다도「노동의 생산성」이라는 점을 고려해서 결정되어야한다. 특히 수출업체인 경우에 그러하다. 면방계의 노·사도 각각 노동의 생산성을 조사, 숫자로 대결했는데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는 말을 들었다.
그러나 안타까운 것은 우리나라에 노·사쌍방을 승복시킬 노동생산성에 관한 권위있는 조사통계가 없다.

<손석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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