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던 세종시, 청약열기 한풀 꺾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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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영기자] "새로 분양하는 아파트가 많으니 미분양이 늘죠. 앞으로 이런 악순환은 계속될 겁니다. 세종시라고 별 수 있겠어요?"

최근 들어 세종시 주택 시장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신규 분양에 나선 아파트가 잇따라 순위 내 마감에 실패하면서 미분양 물량이 늘고 있어서다. 기존 주택의 가격 상승률도 둔화되고 있다. 한솔동 S공인 관계자는 "미분양 아파트가 넘쳐나면서 주민들이 집값 하락을 우려해 거래도 뜸한 편"이라고 전했다.

세종시는 경기 불황에도 지난 2년여간 거의 '나 홀로 호황'을 누리며 지방 분양시장의 열기를 이끌어 왔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는 다르다.

미분양 물량 늘고 아파트 가격도 하락

지난달 말 중흥건설이 분양한 중흥S-클래스 에듀카운티는 607가구 모집에 81가구가 미분양 됐다. 전 가구가 수요층이 두터운 59~84㎡형(이하 전용면적) 중소형이란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결과다. M5블록에 분양한 대광 로제비앙도 일반분양 500가구 모집에 77가구가 주인을 찾지 못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5월 말 기준 세종시 미분양 물량은 총 619가구로 4월 말(424가구)보다 46%(195가구) 늘었다. 올 들어선 3월(721가구)에 고점을 찍은 후 4월(424가구) 조정을 받다가 다시 반등한 것이다. 전국 미분양 주택이 4개월 연속 감소한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세종시 분양시장에 찬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하반기부터다. 지난해 9월 분양된 1-1생활권 유승한내들(M9블록 663가구)과 1-3생활권 중흥S클래스 에듀타운(L1블록 359가구)이 단적인 예다. 이들 단지는 각각 114가구, 94가구 미달됐다.

세종시 분양 열기가 식어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공무원 이주 등 수요에 비해 주택이 과잉 공급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조인스랜드부동산 조사 결과 2010년 이후 현재까지 무려 3만7000여 가구가 세종시에 분양됐다.

올 하반기 6000여 가구가 더 들어설 예정이다. 1-1생활권 L5블록에서 EG건설이 872가구를 분양하고, 한양수자인도 3-2·3-3생활권에서 총 2358가구 분양을 예고하고 있다. 당분간 미분양 사태를 피할 수 없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공급 물량 줄여야…당분간 숨고르기"

기존 아파트 가격도 하락세로 돌아섰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17일 기준 세종시 아파트 매매가격(3.3㎡당 약 658만원)은 전주 대비 0.07% 하락했다. 세종시 아파트 가격이 떨어진 것은 지난해 12월 조사를 시작한 이후 처음이다.

한국감정원 김세기 부동산분석부장은 "밀려오는 공급량을 지역 내 수요로 해결할 수 없다 보니 부동산 시장이 정체되는 측면이 있다"며 "연초에 비해 아파트 가격 상승률도 점차 둔화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신규 공급 물량을 일부 조절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당분간 세종시 주택시장은 숨고르기에 들어갈 전망이다. 국민은행 박원갑 부동산전문위원은 "외부 인구가 유입되는 등 아직 여건은 괜찮지만, 그간 분양된 아파트에서 입주가 시작되고 있다"며 "대전 등 주변 지역 시세의 영향을 받으며 보합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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