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샴 쌍둥이 이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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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 수술 전의 그레이시와 로지 자매를 그린 그림.
2년전, 지중해의 고조섬에서 태어난 샴 쌍둥이들의 부모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딜레마에 빠져있었다.

로지 애타드와 그레이시 애타드 자매는 하복부가 붙은 상태로, 척추가 연결되고 심장과 허파를 공유하고 있었다.

상태가 더 나빴던 로지는 다른 한명으로부터 말 그대로 '혈액을 끌어와' 생존하고 있었다.

분리 수술을 하게 되면 로지는 어쩔 수 없이 사망하게 되지만 그렇다고 수술을 안 하게 되면 두명 다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상황이었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던 이들의 부모는 자신들의 딸의 운명은 신의 손에 맡겨져야 한다며 수술을 거부했다.

당시 의료진들은 영국 고등법원까지 가는 재판 끝에 부모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그레이시를 살려낼 수 있는 분리수술을 허가받았다. 부모들은 항소는 기각되었고 결국 2000년 11월 이 쌍둥이들은 20시간이나 걸린 분리 수술에 들어갔다.

예상했던 대로 로지는 분리된지 몇시간만에 사망했다.

7달 후 부모들은 영국 언론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미 벌어진 결과를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그레이시가 집에 무사히 돌아오자 아버지 미칼란젤로(44세)는 영국 주간지 메일과의 인터뷰를 통해 "결국 선택은 우리의 손을 벗어났지만 분리수술이 법원에 의해 결정된 것에 대해 기뻐하고 있다"며 "결국 우리가 '그래, 그레이시를 살리기 위해 로지를 죽이시오'라고 말하지는 않은 셈이 됐다. 만약 그랬더라면 더 큰 죄책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아내 리나와 나는 이들을 분리시킬 것을 결코 원하지 않았다. 이것은 우리의 독실한 신앙에 위배되는 것"이라며 "물론 그레이시가 살아있다는 것은 매우 기쁘다. 이건 내가 상상하지도 못할 만큼 아주 멋진 어버이날 선물"이라고 말했다.

어머니 리나(29세)는 용기가 없어 쌍둥이들이 태어난 지 이틀간이나 이들을 쳐다보지도 못했다고 한다.

그녀는 뉴스오브더월드지와의 인터뷰에서 "내 눈앞에 어떤 광경이 보일지에 대해 몹시 두려워했다. 처음 아기들을 볼 때 나는 기절해서 방으로 옮겨졌다"고 밝혔다.

그레이시는 분리 수술이후 좋은 회복세를 보인다고 한다.

영국 법원은 이 쌍둥이들의 신원이 공개되지 말 것을 명령했으나, 항소심은 원심을 깨고 이들의 부모가 자신들의 이야기를 언론에 공개하는 조건으로 그레이시를 위해 5만 파운드 정도의 신탁 예금을 받을 수 있도록 허락했다.

LONDON, England (CNN) / 오병주 (JO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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