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측 분담금 축소에 '멍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 찰스 캠벨 미8군 사령관(右)이 강남구청 관계자들과 함께 서울 양재천 달터공원에서 나무를 심고 있다. 강남구청과 자매결연을 한 미8군은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산벚나무 등 4000여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김상선 기자

찰스 캠벨 주한미군사령부 참모장이 2005년도 사업계획을 밝힌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지난해 12월부터 해온 한국과 미국 정부의 방위비 분담금 협상 지연과 한국측의 분담금 축소 주장에 대한 노골적인 불만 표시다. 4~7일 하와이에서 열리는 최종 협상에서 분담금이 지난해보다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한국 측은 분담금을 해마다 늘려왔다. 그렇지만 주한미군의 이날 발표가 북한군에 대한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근본적으로 흔드는 내용은 아닌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의 불만은 분담금 감소에만 있는 게 아니다. 협상이 지연되는 바람에 지난 3월에 받기로 돼 있던 올해 한국 측 분담금의 1차 분을 아직 받지 못했다. 이 때문에 주한미군이 고용한 한국인 근로자들에게 인건비를 지급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주한미군은 한국인 노동자를 줄이려는 복안을 이미 세워놓고 있었다. 2008년까지 주한미군을 재배치하면 미군에 고용된 한국인 노동자의 수요가 많이 줄게 된다. 이 때문에 올해 분담금을 핑계로 1만3000명 가운데 우선 1000명을 줄이려는 것이다. 주한미군은 이들 한국인 노동자와 고용계약해지를 지난달 31일 통보했다. 청소 등 용역과 건설 등 각종 계약을 2년 안에 20%가량 축소하겠다는 것도 주한미군 시설을 이전하면 당초 계약했던 것이 불필요해지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북한군의 위협에 대비한 연합전력과 관련된 사전배치물자와 지휘통제자동화(C4I) 장비의 지원을 재검토하는 것은 한국에 다소 부담이 된다. 주한미군의 사전배치물자는 유사시 미 증원전력이 사용할 전차와 야포 등 전투장비로 수개 여단분이 영남지역에 배치돼 있다.


군 관계자는 "캠벨 참모장의 사전배치물자 축소 가능성 발언이 현재 배치된 사전배치물자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닐 것"이라며 "감축되는 주한미군 병력의 전투장비를 미 본토로 가져간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영남지역에 있는 사전배치물자는 양국의 합의가 있어야만 감축할 수 있다.

감축될 미군 병력이 보유한 전투장비에 대해선 지난해 감축협상 때도 한.미 간 입장이 엇갈렸던 부분이다. 당시 미국은 그 장비를 본토로 가져간다고 했으나 한국 정부가 설득해 한국에 그냥 두기로 했다. 이걸 가져가면 앞으로 한반도 유사 시 증원될 미군 병력의 전투장비가 부족해질 수 있다.

미군의 C4I 장비 지원을 줄이는 방향을 재검토하는 것도 전시 연합작전과 한국군 작전에 어려움을 줄 수 있다. 캠벨 참모장이 언급한 C4I 장비란 미군이 운영하는 GCCS-K라는 지휘통제체제 장비로 전시 상황을 비롯해 의사 결정 및 작전 지시 등과 관련된 각종 정보를 유통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이 GCCS-K는 주한미군과 한미연합사는 물론 한국군의 해군 및 공군작전사령부와 육군 군사령부까지 깔려 있다.

이 시스템의 운영비용 가운데 70~80%를 미국이, 나머지는 한국이 부담해 왔다. 미국 측은 2005년부터 분담금의 일부를 이 시스템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한국 측에 요구했으나 합의되지 않았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kimseok@joongang.co.kr>
사진=김상선 기자 <sskim@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