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빈병 수집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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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티끌모아 태산」이라는 속담은 빈병수집업을 두고 하는 말같다. 코흘리개의 군것길 감으로 알았던 빈병을 모아 천만대의 재산을 만든다니까.
골목을 누비는 행상들이 어린이들의 군것질과 빈병을 바꿔 모으는 곳이 소위 고물상.
한 고물상은 대개10∼20명의 단골 행상을 거느린다. 때로는 「리어카」와 1∼2만원의 운영자금까지 빌려주면서 고물상끼리의 수집경쟁을 벌인다.
행상들이 넘기는 값은 맥줏병9∼10윈, 청줏병9∼11원, 소줏병 (2흡 들이)3원, 「콜라」 「사이다」병5원∼6원, 「드링크」병 3개 1원.
서대문구 아현동에서 고물상을 하는 김모씨의경우 1주일이면 1만개 가량의 빈병이 수집된다는데 이런 고물상하나 유지하는데도 자금은 기십만원대라는 것. 한단계 더거슬러 올라가면 이들 고물상의 도매상격인공병사(공병사)가 있다.
만리동에서 K공병사를 경영하는 조모씨는 올해로써 빈병수집 5년째. 행상과 직접 상대도 하고 부근의 꼬마가 들고오는 한개, 두개까지도 마다않고 사들이지만 주요공급원은 역시 20여개에 달하는 단골 고물상.
조씨의 말에 의하면 이런 공병사가 서울에만 해도 약30개라니 고물장의 수는 약6백이 되는셈. 이들이 한병에 50전∼1원씩의 이익을 붙여 넘기는 각종 빈병수는 한개의 공병사에서 하루에 약 3만병. 결국 서울에서만도 하루 90만병가량 수집되는 셈이 된다.
따라서 한번에 50전의 이익만 붙여 넘기긴 해도 서울시내 30명 공병수집 업자가 하루에 버는 순이익은 45만원.
빈병수집업자의 다음단계가 이른바 「지정상인」이란 대빈병수집업자다. 우리나라는 아직 수요를 충촉시킬만큼 생산량이 많지못하기 때문에 빈병을 필요로하는 「메이커」들이 대부분 2∼3인의 지정상인과 계약을 맺어 빈병을 수집해 들인다.
A맥주회사의 경우, 작년 생산고는 약5천9백만병인데 이중 10%인 6백만병이 새로 제조된것이었고 나머지는 모두헌병 수집으로 충당된 것. 맥줏병은 국내생산되는 곳이 한곳이라 수요를 충촉시킬수없을 뿐 아니라 값도 헌병의 2배나 되기때문에 빈병수집업은 어쩔수없이 번창하기마련이다.
그래서 결국 A맥주회사의 작년생산중 5천3백만병이 빈병으로 충당됐는데 납품가격읕 평균10원으로 잡으면 1년거래액은 5억3천만원.
3∼10%가 지정상인의 이익으로 남는다는 것이 빈병수집자들의 말이니 1년이익은 약1천6백만∼5천3백만원으로 추산된다. 이중 각종경비를 제한 순수익은 아마도 1∼3천만원은 되리라고.
지정상인들은 사무실하나면 족하고 그들의 손발은 골목길을 누비는 가위소리에 불과하지만 이처럼 알찬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바 없다.<유승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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