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베트콩」 임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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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베트콩」방송은 「베트콩」이 「임시 혁명정부」를 세웠으며 이 정부는 월남민족해방전선(NLF)으로부터 전권을 위임받게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파리」평화회담 「베트콩」수석대표 「트란·부·키엠」은 이 사실을 밝히고, 앞으로는 월남민족해방전선대표단이라는 공식 명칭대신에 「월남임시혁명정부대표단」이라고 불릴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그는 「임시혁명정부」의 수립에도 불구하고 「사이공」의 월남정부와의 연정수립 노력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고 언명했다.
「베트콩」이 지배하는 밀림지대에 사는 수백만 인구를 지배하게 될 이 「임시혁명정부」는 수반에 민주당서기장을 지낸 「파트」를 앉혀 놓은 것을 비롯하여 각료구성에 있어서 마치 각계각층의 대표를 망라한 것 같이 위장전술을 쓰고 있으나 그 본질이 공산정권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베트콩」은 이 「임정」수립을 계기로 조만간 민족, 해방전선은 해체할 것으로 보이는데, 그것이 어떻게 되건 간에 「베트콩」이 국제외교면에서 차지하는 위치는 현재와 대동소이할 것이다. 따라서 「베트콩」의 「임정」수립의 동기나 목적은 국제정치상 지위상승기도에다 구할 필요는 없다. 「베트콩」이 임정을 세운 참다운 목적은 「사이공」정부의 합법성·정통성에 도전하고, 나아가서는 연정수립현상에 있어서 유리한 정치적지보를 마련해 두려는데 있는 것이다.
「베트콩」은 월남 총면적의 3분의2를 장악하고 있다고 호언장담하여 왔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정부수립을 주저해왔다. 그것은 정부를 세워 수도를 마련하면, 연합군으로부터 집중적인 군신공격을 받아 안전의 확보를 도저히 기대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베트콩」이 지금 이 시점에서 돌연히 임정수립을 발표하게된 까닭은 무엇인가.
그 정세상 배경으로는 다음 두가지를 들어야할 것 같다. 그 첫째는 최근에 있었던 「미드웨이」 미·월 정상회담이 공산측이 내세운 연정안을 사실상 거부하고 「사이공」정부의 정통성을 재확인하였는데 이에 대한 정치적 대항조처로서 「임정」수립을 급작스럽게 발표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 둘째는 「파리」평화회담에서 연정수립에 의한 평화회복안이 끈덕지게 논의되고 있는데 이와 같은 안이 최종적으로 어떻게 처리 되건 간에 「베트콩」의 입장에서는 「임정」이라는 간판을 미리 내걸어 두는 것이 통합연정이 수립되는 경우 유리하리라는 것이다.
「미드웨이」회담에서 미국과 월남이 「베트콩」측에서 내세웠던 연정안을 완전히 묵살한 사실이나, 「베트콩」이 임정수립을 선포한 사실은 「파리」평화회담의 앞날에, 그리고 연정수립에 의한 평화회복계획에 중대한 암영을 던저주는 것이고 이제 월남의 정치정세는 새로운 국면에 들어선 느낌이 짙다. 물론 이런 부정적인 사실의 대두는 평화협상 그 자체를 깨뜨리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교전쌍방이 제각기의 입장에서 유리한 정치적 지반을 구축키 위해 온갖 수단을 다하게되면 「파리」회담은 더욱 장기에 걸쳐 교착상태를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런 교착상태는 군사력양의 대비관계의 변화에 의해서만 돌파 될 수 있는 것인데 「사이공」정부나 연합국측이 명예로운 휴전을 이룩하기 위해서 「베트남」전선에 있어서 군사력양을 정비 강화할 필요는 늘어만 가고 있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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