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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월 "후세인 망명 아랍권과 협의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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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미국의 전쟁준비가 막바지에 다다른 가운데 미국과 일부 아랍국들이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을 망명시키는 방안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어 주목된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이 최근 후세인 망명의 필요성을 수차례 강조한 데 이어 콜린 파월 국무장관이 12일 "미국은 후세인 대통령을 망명시키는 구체적인 방법을 다른 국가들과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파월 장관은 이날 하원 국제관계위원회에서 "이라크 정권 교체에 관심을 표명한 국가들과 접촉하고 있다"면서 "많은 사람들의 고통을 줄이는 한가지 방법은 사담 후세인 정권이 퇴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후세인과 그의 '일당들'이 망명자 명단에 포함돼야 하며 순조로운 망명 절차를 위해 유엔에서 합의안이 도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요르단.사우디아라비아.이집트 등 아랍 주요국 지도자들도 후세인 대통령 망명 추진을 위해 여러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집트가 최근 후세인이 망명을 결심하면 그의 신병을 인수하겠다고 제의한 데 이어 요르단 고위관리들은 "후세인과 그의 핵심관리 50명이 망명할 경우 아랍권의 특정국가에 망명처를 제공하고 안전을 보장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가 12일 보도했다.

그러나 후세인 대통령은 최근 "미국의 공격에 대해 끝까지 항전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해 자신의 망명설을 일축했다.

공격과 망명추진의 양면작전을 고려하고 있는 미국은 현재 '후세인 이후 이라크'구상을 두고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미국의 고위관리들이 터키와 워싱턴을 오가며 이라크 반정부인사들과 접촉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은 후세인 대통령 후임자를 이미 내정해 놓았다고 영국 일간 데일리 텔레그래프가 12일 보도했다.

◇미국이 점찍은 후임자 샬라비=이 신문은 미국이 후세인을 축출할 경우 현재 런던에 본부를 둔 반체제단체인 이라크국민회의(INC)의 아흐마드 샬라비(57)의장을 과도정부 지도자로 임명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신문은 영국 정부의 한 고위관리의 말을 인용, "전쟁 중 돌발적인 사태발전이 없다면 샬라비가 차기 이라크 지도자가 될 것이 분명하다"고 전했다.

이 관리는 또 "일단 전쟁이 승리로 끝나면 토미 프랭크스 미 중부군 사령관이 사실상의 이라크 통치자가 될 것이지만, 미국과 영국은 가능한 한 빨리 샬라비가 이끄는 민주정부에 통치권을 넘긴다는 원칙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1945년 부유한 사업가 집안에서 태어난 샬라비는 12세 때 가족과 함께 이라크를 떠나 영국에서 기숙학교와 서섹스주의 셰퍼드대학을 마친 후 미국의 시카고대학에서 수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현재 북부 이라크에 체류하면서 반체제 인사들과 향후 이라크 정국에 관한 의견조율을 하고 있다.

서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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