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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1) 카페·테아트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다방에서 연극을 한다고 말썽이 나고 있는 모양이다.
다방업으로 허가를 받았으면 차나 팔 일이지, 공연장도 아닌데서 왜 연극을 하느냐는게 주무관청의 견해이다. 그러니 극장으로 허가를 받지않은이상 대한민국에서는 연극상연이 위법이라는 결론이다. 얼핏 듣기에는 매우 타당성이 있는 유권적인 해석이다. 그러나 문제는 영화관과 연극장을 동일시하고 있는 법의 맹점이다. 외국의 예를들면 남의 꽁무니를 따라다니는 것 같아서 멋적어지기도 하지만, 그 본질적인 면에서 연극전용극장과 영화상영관을 구분짓고있는 지혜쯤은 우리도 배워야 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 연극이 이른바「흥행」을 노리는 상업주의 연극도 아니요, 연극학교들이 실험극을 시도하거나 하나의 예술운동으로서 표현의 자유를 가지고 싶어하는 동기의 순수성을 생각한다면 연극과 영화서의「극장」이란 개념은 완연히 다르게 씌여야 할 것이다. 지금 말썽이 나고 있다는 충무로의「카페·테아트르」는 좌석이 겨우 70석인 이른바「살롱·드라머」를 감상할 규모에 불과하다. 그것도 낮에는 차를 팔고 1주일에 두어번 밤에만 연극을 상연하고 있다. 경영자가 연극인이며 그것을 전적으로 지지하는 전체연극인의 처지로 보자면 한국에도 그런 형식의 연극을 볼수 있다는게 얼마나 대견한 일인지 모를 것이다. 동경「뉴요크」「파리」「런던」…세계 어디를 가나 연극운동은 그런 형식의 세계에서 싹터왔고 지금도 자라나고 있는 실정이다.
더구나 우리처럼 연극전용극장이 국립극장과「드라머·센터」의 2개밖에 없는 실정에 비추어 볼 때 극단수에 비해 연극전용극장은 수요에 공급이 따르지 못하는 각박한 처지에 있다. 뿐만 아니라 국립극장이 팔리게 되는 이 시점에서 우리는 공연장소가 더 있어야 하겠다고 바둥거리고 있고 그런 갈망을 받아들여서 서울시에서는 연극인을 위해 연극전용극장을 마련해 주겠다고까지 적극적인 호의를 보이고 있는 판국이다.
사실 4백만인구를 자랑하는 수도서울에 영화관은 날로 늘어나도 연극전용극장이 두 개밖에없다면 그것은 수치는 될지언정 자랑할 바는 못된다. 그러기에 개인의 힘으로라도 공연장을 마련하여 연극운동에 박차를 가하겠다는데 법적인 해석만으로 좌절감을 품게하는 것은 잔인한 만류일 수밖에 없다.
연극으로 돈을 벌겠다는 어리석음도 아니요, 정부가 문화정책으로 소극장을 더 많이 지어주겠다는 현명도 없을바엔, 차라리 이 소박한 모험을 환영하는 아량이 아쉽다. 다방이건 「아파트」건 창고이건, 연극은 어디서나 창조할 수 있는 자유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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