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기획원장관의 경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정부는 2일 부총리겸 경제기획원장관에 김학렬 청와대비석관을 임명 발령했다.
전임 박기획의 퇴임사유가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기때문에 기획원장관의 경질이 무슨 뜻을 가지는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하겠으나, 적어도 경제정책의 기수라할 기획원장관의 경질은 정책적인 변화를 수반하지 않을 수 없을것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끄는 것이라할 것이다.
그동안 고도성장정책으로 공업화의 속도가 제고되어 우리도 중진국의 대열에 끼일수있다는 희망을 준것만은 사실이라 하겠으나 무모할이만큼 강력히 밀고 나간 고도성장정책이 파생시킨 많은 문제점때문에 이나라 경제는 이제 전환기적인 제양상을 띠기 시작한것도 무시하지못할 하나의 중요한 동향이라 할 것이다.
이러한 동향속에서 사태수습에 급급하던 전임장관은 그노고에 비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바 없었던 것이며, 그때문에 어떤면에서는 지루한인상을 주었다 할것이다. 외채를 들여와 그 부작용이야 어떠하든 무작정 공장을 지어가는 사람의 업적은 두드러지게 나타날수 있으나 그때문에 제기된 국제수지의 근본적인 악화, 대불 부실기업의 속출, 환율과 물가의 「갭」확대와 그에따른 수출정체를 위시해서, 고금리정책의 지속에 따른 「핫·머니」의 유입, 통화금융정세의 악화, 제품 「코스트」압력, 임금압력등 헤아릴수 없는 모순을 걸머진 사람이 세칭 박력있는 정책을 집행할수없을것임도 너무나 자명한 사실이라 할것이다. 따라서 박기획의 퇴진은 개인적인 능력때문이라기 보다는 정책적인 순환의 산물로서 받아들여져야 할것이라고 판단되는것이며 박기획의 노고는 그대로 인정되어야 할줄로 안다.
이제 박기획의 퇴진을 계기로 경제정책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었으나 정책적변화에 앞서 몇가지 주목해야할 사항이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 전임 박기획이 제시한 시장통제원리의 존중과 경제정책의 분권적집행이란 이상은 고도성장정책의 여파를 수습하는 각도에서 본다면 매우 타당한것이었다 하겠으나, 반면 개인적인 업적의 선정에는 불리했다는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 이런 전례를 신임 김장관이 어떻게 받아들이는가는 정책적으로 매우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김장관이 자신의 개인적인 PR에앞서 국민경제의 정상화라는 당면과제에 충실하려한다면 시장경제원리의 존중과 분권적인 정책집행을 외면하지 않으리라고 우리는 기대한다.
둘째, 차관원리금상환압력, 연체대불, 부실기업의 속출, 그리고 환율과 물가의 「갭」확대및 악순환, 통화 금융정세의 변태적 발전, 수출정체화경향등 일련의 당면과제를 기술적인 잔재주로 호도시켜 모순의 노출을 연장시킬것이냐, 아니면 기본정책이라 할 고율외자도입·고율투자·고도성장정책을 재조정하여 오늘의 모순을 근본적으로 시정시킬것이냐하는 높은 차원의선택을 김장관은 강요받고있는것임을 직시해야할것이다. 이런 선택의 갈림길에서 김장관은 후자를 택하는 양식을 보여주기바라는 것이다.
세째, 신임 김장관은 양적성장에 비례해서 심화뒨 질적모순에 차원높은 대책을 강구해주기 바란다. 농공간의 격차확대, 지역간의 격차확대, 근로소득층과 재산소득층의 괴리등 질적모순에 눈을 돌릴 단계에 우리는 처해있다는깃이다. 요컨대 신임김장관앞에 제시되고있는 당면과제는 지루하고 생색안나는 문제들뿐이라 하겠으나, 개인적인 희생을 무릅쓰고라도 국민경제의 정상화를 위해 노력해주어야 한다는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