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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테러경보… 곳곳서 물건 사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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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미국과 유럽이 알 카에다의 후속 테러 경고로 공포에 사로잡혔다.

이날 미국 워싱턴 상공으로 F-16전투기가 24시간 초계비행에 나섰고 시내 곳곳엔 스팅어 대공미사일을 장착한 장갑차들이 배치됐다.워싱턴과 인근 메릴랜드주에서는 홈디포 등 가정용품점과 군용용품점들에서 시민들의 재난대비물품 사재기가 발생하기도 했다.

인근 메릴랜드 베세즈다의 한 철물점에는 12일 오전 10시(현지 시간)생화학 공격을 걱정하는 수십명의 주민들이 몰려와 창문을 폐쇄할 수 있는 절연테이프와 플라스틱판 등 비상품목을 30분만에 바닥냈다. 일부 주민들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2천달러(약 2백40만원)이상의 현금을 찾으려고 은행으로 몰렸다.

일부 가게에서는 "동이 난 품목들을 언제 구입할 수 있냐"고 따지는 손님들과 가게 주인사이에 싸움까지 벌어졌다. BBC방송은 현장을 목격한 주민 리첼 패서리의 말을 인용,"테러 공포에 휩싸여 사람들이 모두 미친 것 같은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같은 사태는 미 중앙정보국(CIA)과 연방수사국(FBI) 등이 12일 "이르면 이번 주내에 알 카에다의 생화학테러 공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한 데 따른 것이다.

조지 테닛 CIA국장은 이날 상원 군사위원회에 출석,"지난 11일 공개된 알 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의 녹음테이프는 임박한 공격의 신호"라고 경고했다.

그는 전날 로버트 뮬러 FBI국장과 함께 상원정보위에서 "알 카에다가 인구밀집지역에서 방사능 폐기물을 장착한 '더러운 폭탄(dirty bomb)'이나 생화학무기를 이용한 테러를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빈 라덴이 테이프에서 "자폭공격으로 미국과 이스라엘에 경험하지 못한 재앙을 안겨야 한다"고 말한 것은 그의 추종자들에 대한 공격 지시란 것이다.

미 북미방공사령부는 "워싱턴에 지대공 스팅어 미사일과 감시레이더를 갖춘 '어벤저(Avenger)'방공망을 배치하고, 상공에는 블랙호크 헬기, F-16으로 대비태세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영국 정부도 런던과 다른 대도시들에 대한 미국의 9.11테러와 같은 대형 테러공격 위협이 계획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 한때 런던 외곽 히스로공항의 폐쇄를 검토하고 공항 및 주요 시설경계를 위해 1천5백명의 군과 경찰병력을 투입했다.

독일 경찰도 이날 뮌헨 등 4개 도시에서 테러혐의 용의자를 급습하는 등 유럽 국가들도 테러비상이 걸렸다.

워싱턴=이효준 특파원

<사진 설명 전문>
미국과 유럽 국가에 대한 대형 테러 가능성이 제기되자 12일 영국은 런던 외곽 히스로 공항을 경비하기 위해 군 병력을 배치한 가운데 여행 가방을 든 한 여행객이 영국군의 소형 탱크 앞을 지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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