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뉴욕채널 장일훈 부임 … 영어 유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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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북한과 미국 간 연락창구인 ‘뉴욕채널’의 북한 측 담당자인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차석대사에 장일훈(54) 전 북한 외무성 국제기구국 과장이 부임했다고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이 3일(현지시간) 밝혔다. 그는 지난달 말 북한으로 돌아간 한성렬 전 차석대사의 후임으로 지난주 뉴욕에 도착했다.

장 차석대사는 북한 외무성의 미국국과 국제기구국에서 경력을 쌓은 전형적인 직업외교관 출신이다. 워싱턴 소식통은 “장 차석대사가 1959년생으로 평양외국어학원과 평양외국어대학을 다녔으며, 남미의 가이아나에서 유학했다”고 말했다. 유학을 마친 뒤 외무성 남미국을 거쳐 89년부터 미국국에서도 일했다.

 외교전문지인 포린폴리시는 뉴욕 도착 직후 장 차석대사를 직접 만나본 인사의 발언을 인용해 그의 영어가 아주 유창하다고 전했다. 특히 90년대 초반 북·미대화가 활발하던 시절 북한 측 통역관으로도 일했다고 밝혔다. 북핵 1차 위기 이후 북한과 미국은 94년 10월 북한이 핵 사찰을 허용하는 대신 미국은 경수로와 중유 등을 제공한다는 제네바합의문에 서명했는데, 이 과정에서 장 차석대사도 일익을 담당했다. 그 뒤 2000년 매들린 올브라이트 당시 미 국무장관이 북한을 방문했을 때도 관련 행사에 참여했다.

 장 차석대사의 이런 경력 때문에 워싱턴 외교가는 ‘뉴욕채널’이 앞으로 활기를 띠는 게 아니냐는 기대를 하고 있다. 다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한 뒤 뉴욕채널의 권한과 기능이 다소 축소된 상태여서 북한 지도부의 정책이 바뀌지 않는 한 장 차석대사의 역할에도 한계가 있다는 비관론도 적지 않다.

워싱턴=박승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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