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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울뿐인 공공 도서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아시아」 태평양지역의 도서관회의가 28일 서울에서 개막된다. 한국 도서관협회가 주관하는 이 국제회의는 9개국에서 30여명의 대표가 참가, 「아카데미·하우스」에서 3일간「세미나」와 그 밖에 상호협력에 관하여 토의하게된다. 이 국제회의에서 『근대화과정에 있어서 도서관의 역할』에 관해 주제 발표하게 된 장일세씨 (국립도서관사서과장)는 우리나라공공도서관이 그 기능을 전혀 잃고있다고 지적, 보고서를 작성하고있다.
도서관이 국가발전에 긴밀하고 요긴한 도구라고 주장하는 그는 우리나라 공공도서관의 발전을 가로막는 요인으로서 다음의 세가지점을 들고있다.

<관람료는 2중 부담>
첫째, 관람료의 문제이다. 국민의 복지향상을 위한 봉사기관으로서 설치된 공공도서관이 이용자한테 사용료를 받는 것은 이중으로 세금을 징수하는 결과가 된다는 주장이다. 현재 각 공공도서관의 관람료는 3원∼4원. 그러나 금액의 다소를 불문하고 여기에는 수배자부담원칙을 적용할 수 없는 특수성이 있다. 흔히 정부당국자들은 공공의 영조물을 이용하는데 사용료가 없을 수 없다는 견해이지만 이것은 선진국에서 없는 예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외국의 공공도서관에서는 이동문고 혹은 「부크·모빌」 등 국민들에게 찾아가서 독서를 권장하는 형편이다. 즉 우리나라도서관법 제8조의 사용료 징수규정은 커다란 폐단으로 지적되는 것이다.
둘째, 공공도서관의 설치는 그 지역사회에 권하는 정도로 그칠 것이 아니라 의무화하여야한다는 점이다.

<전국에 56개소 뿐>
장씨는 도서관법 제7조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 공중의 사회교육 및 문학교육을 위하여…공공도서관의 설치육성을 노력해야한다』는 조항의 맹점을 신랄히 비판하면서 봉사를 의무화하도록 법의 개정을 주장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공공도서관은 국립도서관을 비롯하여 모두 56개소. 시립이 22, 도립이 1, 군립이 22, 문화원도서실이 7, 그밖에 사설이 4개소로 되어있다.
시로서는 대체로 도서관 혹은 도서실을 갖고 있으나 군립은 전국을 통하여 경기도에 한하는 형편이다.

<겨우 현상유지 정도>
그러나 군립 도서관이란 군청사의 한 방에 간판을 붙여놓은 정도이며 예산이라야 50만원정도. 즉 인건비에 불과하며 자료구입 비는 전무하다. 시립가운데 가장 모범적인 공공도서관으로 지목되는 인천 시립도서관의 1년 예산도 2백만원 밖에 안되며 자료구입 비는 30여만원.
우리나라의 공공도서관은 그 지역사회가 필요로 하는 도서를 갖추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며 제구실은 커녕 『문 닫지 않는 것이 이상할 정도라고 그는 말하고 있다.
세째는 전국의 공공도서관이 문교부 혹은 내무부의 이원적인 행정체계에 놓여있는 맹점이다. 이로 말미암아 시·도서관이의 도서관은 건물관리를 위주로 하여 전문적인 사서를 두지 않고 있다. 또 일부 공공도서관은 교육청이 관리하고 예산은 군에서 얻는 까닭에 배정과정이 복잡하고 늦어진다. 이원적인 행정체계의 맹점은 특히 도서관 봉사의 효율을 위한 상호대차제도를 어렵게 하는 것이다. 국립도서관은 68년 말부터 6개 대학 도서관과 대차협정을 체결하고 있는데 보다 더 시급한 지역사회도서관과는 아무런 상호협력을 못하고 있다.

<생활속의 봉사기관>
도서는 장서를 위주로 하는 것이 아니요, 일상의 소비품으로 정의되고 있다. 따라서 도서관은 관람하는 장소라는 낡은 개념을 벗어버리고 국민의 생활 속에 침투한 봉사기관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 점을 한층 역설하는 장씨는 『딴 나라에 비해 부끄러운 문제이지만 우리는 지금 심각하게 논의할 때가 왔다』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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