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초파일|「불기2512년」통일을 보기까지|연대에 이론분분, 입멸 기준통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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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23일은 「사월초파일」이다. 금년은 불기로 2512년이 되는 해. 이것은 제8차 세계불교도대회(66년)의 결의에 따라 세계적으로 통일을 본 불교기원이다. 그런데 이 불기는 석가의 입멸(죽음)을 기준으로 삼은 것이기 때문에 탄신은 그보다 79년을 거슬러 올라가 2591년이 된다. 석가는 79년을 사시다가 음력 2월15일 열반하셨다. 따라서 금년 초파일은 불기로 따져 2512년이지만 불탄으로는 2591년이 되는 해이다. 그러나 외국에서는 탄일도 불기로 통일해서 쓰고 있는데 보수불교국가인 우리나라에서는 이를 엄밀히 구분하고 있다.
해마다 음 4윌8일(파일) 부처님 오신 날을 맞이하면, 꼭 연례행사처럼 불기의 연대문제가 여러가지 이론을 안고 대두되곤한다. 올해에도 역시 사팔절행사를 앞두고 불교종단 안팎에서는 어느 연대를 택하느냐 하는 문제로 잠시 이론이 분분했다. 그러다가 지난해의 연대를 쫓아 2512년으로 불기를 결정지었다.
그런데 불기가 해마다 문제되는 것은 불교에 관한 자료자체에 그럴만한 까닭이 있다. 첫째, 부처님이 태어난 고대인도의 연대를 정확히 측정할 근거자료가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마우랴」왕조의 「아쇼카」왕의 즉위연대를 기준으로 연대를 거슬러 올라가며 불기를 추정할 수 있을 따름이다. 그러나, 남쪽으로 전파된 소승계의 불교문헌과 북쪽으로 전파된 대승계의 문헌사이에는 「아쇼카」왕의 즉위연대에 대하여도 1백여년의 차이를 보인다.

<소승·대승주장 백년차이>
즉 소승계는 「아쇼카」왕의 즉위연대를 부처님의 입멸후 218년으로 전하고, 대승계는 같은 즉위연대를 입멸후 116년으로 전하고 있다. 「아쇼카」왕의 즉위연대를 기준으로 추정한 불기는 2500년 전후에서 머무르고 있다.
둘째, 2500년대로 불기를 추정한 자료에는 또 <중성점기>가 있다. 부처님의 입멸후 첫 번째 불교성전 편집회의에서 제자 「우파알리」가 율전을 끝낸 다음 공동수련(안거)에 들어갔다. 이 수련기간 중 공동 참회를 마치고 「우파알리」가 율전의 첫머리에 검은 점을 찍었을 때부터 <중성점기>는 시작되었다.
그후 해마다 꼭같이 참회를 마치고는 가장 윗자리에 앉은 율사가 또 검은 점을 찍었다. 이리하여 이 중성점기는 중국에 건너와 제나라 영명7년(489)에 「상가바드라」가 975번째 검은 점을 찍게 되었다. 따라서 영명7년에서 거슬러 올라가면 2500년대의 불기가 추산될 수 있다. 중성점기는 <여러성인들이 점을 찍으므로 이룩된 기록>이란 뜻이다.
세째, 오랜 세윌을 두고 중국과 한국 불교계를 지배하여 오던 중국문헌 <주서이기>에 의한 엉뚱한 불기가 또 하나 있다. 주서이기에 의하면, 주소왕 26년 갑인 4월8일에 서방에 기이한 서상이 있었다고 한다. 이 서상이 바로 부처님의 탄생을 알리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부처님의 입멸은 주목왕 53년이 된다. 이 주소왕묘인을 만세역에 의하여 추산하면 2900년대가 나온다. 2500년대와 비교하면 그 연차가 400년에 이른다.

<고증자료도 수십가지나>
이같이 불기에 대하여는 2900년대부터 2500년대에 이르기까지 수십가지의 이론이 나올 수 있다. 사실 불기에 대하여 수십가지의 학설이 여러학자들의 고증학적 연구에 의하여 발표되었다.
그래서 세계불교도의 유일한 국제기구인 불교도우의회(WFB)는 1966년 제8차 세계불교도 대회에서 불기를 부처님의 입멸을 기준으로 결의해 버렸다. 그리고 결의된 불기를 통일된 연대로 굳혀버린 것이다. 이 4차대회에는 한국에서도 이름난 고승 두분이 참석하여 결의에 찬동했다. 그후 동남아의 불교국들은 이 결의에 좇아 불기를 통일했는데, 한국불교만은 왠일인지 여전히 2900년을 고집해 왔다. 그러다가 한국불교도 1967년 제13차 종회에서 불기의 세계적 통일에 보조를 맞출 것을 결의했다.

<죽음중시따라 입멸기준>
올해 2512년이란 불기는 그종회의 결의에 따른 연대다. 그러면서도 아직 2900년의 연대를 고집하는 보수파들은 해마다 사팔절이면 불기를 들먹인다.
위대한 종교적 천재나 성인의 생애에서 특정한 사건이 일어난 해가 그 성인을 교조로 모시는 교단의 기원년대가 되는 수가 있다. 기독교는 예수의 탄생을, 회회교는 「마호메드」 교조가 「메카」로 탈출하던 날을 기원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불교는 부처님 입멸의 해를 불기의 원년으로 삼고 있다. 여기서 불교의 지색을 나타내는 일면을 찾을 수 있다. 불교는 언제나 죽음의 문제와 가장 심각하게 대결하는 종교다. 언젠가는 반드시 한번 죽고야마는 인간의 실존을 죽음의 방향에서 가장 투철하게 통찰하고 그 죽음의 고를 넘어선 분이 부처님이다.
젊은 나이에 십자가의 고통을 겪었던 비극의 날보다는 탄생의 날을 기원으로 택한 기독교나, 황량한 사막에서 항상 쫓겨다니며 살아야 하므로 탈출의 날을 기원으로 택한 회회교가 각기 그 지니고 있는 종교적 특색의 일면을 엿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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