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김정일 대화 육성 공개 새 쟁점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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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2007년 남북정상회담 녹음파일 공개가 정치권의 새로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새누리당 소속인 서상기 국회 정보위원장은 3일 본지와 통화에서 “정상회담 회의록 원문 공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거나 발언 해석을 놓고 논란이 벌어지는 상황이 생긴다면 논쟁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 국정원에 보관된 녹음파일 공개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회는 지난 2일 본회의에서 국가기록원에 보관돼 있는 남북정상회담 회의록과 녹음 등 자료 일체의 열람·공개를 요구하는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등 자료 제출 요구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현행법상 대통령기록관 자료는 국회의원 재적 3분의 2가 찬성하면 열람은 할 수 있지만 공개는 할 수 없도록 돼 있다. 그래서 ‘지정기록물’이 아닌 일반문서’로 분류돼 제약이 덜한 국정원의 녹음파일을 공개하겠다는 것이다. 일종의 우회로다. 서 위원장은 “지난달 24일 국정원이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기밀 해제하고 일반문서로 재분류함에 따라 해당 녹음파일도 함께 기밀 해제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일단 국회가 자료 제출을 요구했으니 진행 추이를 봐가며 입장을 결정하겠다”고 설명했다.

 녹음파일은 대통령기록관에 있는 회의록과 지난번 국정원이 공개한 회의록의 세부 내용이 다를 경우 어느 쪽이 맞는지를 판가름할 잣대다. 이와 관련해 여권 관계자는 “국정원의 회의록은 녹취 내용을 가감 없이 그대로 적었지만 대통령기록관에 있는 회의록은 당시 (노무현 정부의) 청와대 관계자들이 일부 표현 등을 ‘마사지’했다는 얘기가 있다”고 말했다. 만약 민주당 측이 “국정원 보유 회의록이 변조·왜곡됐다”는 주장을 펼칠 경우 국민이 직접 판단할 수 있게 하려면 녹음파일 공개가 필수적이란 것이다. 또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육성을 직접 들어보면 노 전 대통령의 ‘저자세’ 논란도 매듭지을 수 있을 것이란 계산도 깔려 있다.

 민주당은 반발하고 있다. 남재준 국정원장의 회의록 공개를 범죄로 규정하고 서 위원장과 남 원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정성호 원내수석부대표는 “국회가 합법 절차에 따라 공개를 결정한 상황에서 국정원을 통한 공개를 운운하는 것 자체가 국회와 법을 무시하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국회 소관 상임위인 운영위와 대통령기록관이 합의를 통해 열람과 공개의 범위를 정하면 될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정상회담 회의록이 어떻게 정치권에 사전 유출됐고, 누구에 의해 왜곡됐으며, 어떻게 정략적으로 이용됐는지도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하·강인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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