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류중학 폐지 정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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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문교부는 9일 중학 무시험 진학제의 확대실시를 다짐하는 이른바 제2차연도 실시계획을발표했다.
이에 의하면 ①오는 70년도에는 실시대상지역을 서울을 비롯한 부산·대구·광주·전주·대전 등 7개도시로 확대하고 ②세칭 일류중학을 없앰으로써 이른바 평준화를 기하고자 서울의 오산중·경동중·보성중·중앙중·수도여중·창덕여중·숙명여중·진명여중 등 8개교와전기 6대도시의 경남중·부산중·경북중·인천중·광주서중·대전중·전주북중·경남여중·부산여중·경배여중·전남여중·전주여중등 12개교를 폐쇄조처(신입생모집중지)하며 ③사립중·고교장의 분리임명 조처 강행과 공립중학교 간의 대대적인 교원인사 교류등을 실시한다는 것으로 돼있다.
문교부의 이와같은 방침은 전임장관에 의해 작성됐던 원래 계획을 그대로 답습키로 했음을 재확인 한 것에 불과하므로 하등 새로운 것은 없다하겠으나 여전히 많은 문젯거리를 남겨두고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수 없다.
우선 당국은 전기한 7대도시 외에도 71년도부터는 청주·제주·춘천·수원등 중소도시에서도 이제도를 추진할 뜻을 밝히고 있으나, 이에 소요되는 막대한 재정의 염출대책이나 그투자효과에 대해서는 전혀 납득이 갈만한 설명을 못해주고 있다.
내년도 7대도시에 국한된 이제도의 실시를 위해서는 교지·교사를 확보하기위해서만도 최소한 약20억원의 재정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바, 금년도 확정예산에 계상된 소요경비는 3억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상기할 때, 부족액 17억원과, 그밖에 적어도 그 2배이상이 소요될것으로 예상되는 각종 시실비 및 수용비 부담을 어떻게 염출할 것이며, 또 그러한 교육투자의 효용이 이시점에서 과연 절대적으로 정상시 될수있는지 보다 신중한 검토를 가해주었으면 하는 것이 우리의 희망이다.
다음으로, 세칭 일류중학교의 폐쇄조처 강행은 어느 의미로나 별로 의미가 없다는 것을지적하지 않을수 없다. 추첨에 의한 기계적 진학 학교배정을 핵심으로 하는 이제도가 존속하는 한, 이른바「일류학교」란 이미 존재치 않게 되는 것일뿐더러, 도리어 이와같은 학교가계속 학생모집을 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교육적·재정적·정치적 효과를 외면한다는 것은참으로 어리석은 일이기 때문이다.
아동의 자질차와 그학부형들의 사회계층자가 어차피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게 만든 이제도를 시행하는 이상, 이런 학교에 남아 있는 소위 일류학교로서의 「이미지」가 있다면, 그것은 그학교에 배정된 아동들의 분발을 촉구하는 교육적「인센티브」를 주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며, 굳이 이와같은 기존학교를 없애고, 신규로 막대한 재정이 드는 신설학교를 세우는 낭비를 막게될 것이다. 뿐만아니라 이와같은 학교에 배정된 아동과 학부형의 수효(최소한6, 7만명)만큼은 불만의 여지가 없어진다는 정치적 효과도 당국자로서는 결코 무시해서 안 될 것이다. 굳이 세칭일류학교의 폐쇄를 고집함으로써 훌륭한 기존시설을 썩히는대신「매머드」화한 고교교육의 폐단까지 수반하게 될 이른바 학교평준화 계획의 강행은 재삼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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