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레이트] 무능력의 전형, 대한야구협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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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일부터 11일까지 캐나다 셔브룩에서 열리는 제 20회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 보낼 코칭스텝진의 인선 때문에 아직까지 말이 많다.

당초 대한야구협회는 지난 달 25일, 감독에 심재혁(광주일고)씨, 코치에 최재호(덕수정보고)씨, 김상국(천안북일고)씨로 발표했었다. 이 와중에 최재호씨가 개인적인 사정에 맡지 못하게 되어 서창기(순천효천고)씨로 교체되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이렇게 되자 코칭스텝진에 투수 출신이 한 명도 없는 것이다. 다시 말해 투수에 대한 지도는 물론이고 운용이 제대로 될 수 없다는 말이다.

이번 인선이 문제에 있어 많은 야구관계자들의 고개를 젓게 만드는 것은 코칭스텝진들의 능력이 문제가 아니라 선발 원칙도 없고 주먹구구식의 처리를 한다는 것이다. 사태의 심각성은 대한야구협회의 이러한 개념없는 일들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얼마 전 대한야구협회는 국제적인 망신을 하나 당했다. 그것은 바로 이탈리아 메시나에서 8월 2일부터 11일까지 열리는 제1회 세계대학야구선수권대회에 대한야구협회의 무책임한 행정으로 엔트리 제출 시한(2월 2일)을 훨씬 넘겨 참가하지 못하게 되는 어처구니 없는 해프닝을 일으킨 것이다.

여기에 대한야구협회는 미봉책으로 야마모토 에이치로 아시아야구연맹(BFA)회장에게 참가할 수 있도록 부탁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을 저질렀다.

그나마 다행으로 간신히 국제대학체육연맹(FISU)과 대회 조직위원회로부터 출전 선수 명단을 보내면 출전을 허락하겠다는 공문을 받아 겨우 참가할 수 있게 되었다.

이에 따라 대한야구협회는 2일 참가하는 임원 8명과 윤병선 건국대 감독을 대표팀 감독으로 하고 선수 22명으로 구성된 선수단 명단을 확정하고 선수단은 24일부터 7일간 합동훈련을 실시하고 31일 현지로 출발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희생양으로 실무담당자였던 국제담당 과장의 사표를 강제로 받았다.

그런데 이번 해프닝을 깊이 들여다 보면 진작 책임져야 할 자들은 실권을 쥐고 있는 몇몇 이사들과 사무국장 등이다. 그들은 이번 사태에 분노한 대학감독들을 비롯한 야구 관계자들의 사퇴요구에 책임을 회피하면서 자리 지키기에 급급하고 있다.

당초 대한야구협회는 이번 해프닝에 대한 책임소재에 대해 대한체육회가 제대로 행정처리를 못해 그런 결과가 났다며 대한체육회로 화살을 돌렸다. 그러나 실제는 그렇지 않음이 밝혀졌다.

대한체육회 국제협력부의 말에 따르면 대한체육회는 절차에 맞게 할 일을 제대로 한 반면 대한야구협회가 엔트리 마감 시한은 물론이고 대회의 주관단체가 국제대학체육연맹인지 국제야구연맹(IBAF)인지도 몰라 일을 제대로 처리를 못했다는 것이다.

이 뿐만 아니다. 대회 경비 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체제비 2,000만원을 추가로 편성하여 총 1억3,000만원의 돈이 야구발전기금에서 나가게 됐다.

그 동안 대한야구협회는 온갖 비리와 무능력 때문에 수 많은 비난을 받아 왔다. 그러나 제대로 된 반성과 개혁이 없어 발전은커녕 다른 종목들에 비해 퇴보하고 있다는 평가까지 받는 처지가 되었다.

대한야구협회 임직원들은 많은 개선점이 있겠지만 무엇보다 책임지는 자세 그리고 능력위주의 인사 그리고 공명정대한 일처리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관계자들의 충고에 귀를 기울여 실천에 옮기길 촉구해 본다.

신종학 프로야구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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