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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에도 막히는 서울 하수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예나 지금이나 봄비는 시정을 돋우는 촉매 구실을 하고있다. 일부러 비릍 맞기위해 보도 위를 거닐어 보겠다는 낭만파가 아니라도 도시에 뿌려지는 봄비는 겨우내 잠겨있던 도시인들의 마음을 활짝 펴게하고, 삶의 희망을 북돋워 주는 대자연의 축복인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을 비롯한 우리나라 대도시의 주민들에게 있어서는 이 봄비가 그렇지 않아도 고달픈 도시민의 삶에 또하나의「뉴슨스」를 주고있음은 안타까운일이다. 불과 10㎜내외의 보슬비에도 하수구가 막혀 온동네가 악취에 묻히게 될뿐아니라, 골목과 변두리의 길목마다는 온통 진흙투성이가 되어 미간을 찌푸릴수 밖에 없기때문이다.
보도에 따르면, 서울의 경우 4백만 서울시민들이 밤낮으로 배설해내는 쓰레기와 오물등에 하수구가 막혀, 더렵혀질대로 더렵혀진 거리의 풍경은 이것이 과연 고층건물과 각종 고가도로의 건설상을 자랑하는 수도 서울의 모습일까하는 수치감과 탄성을 금치 못하게 하고 있을뿐 아니라, 이 때문에 서울시민이 마시는 상수도원인 보광천·광장천등의 수질마저 형편없이 오염돼가고 있다는 소식이다.
여기에 덧붙여 이미 널리 알려진 매연·안개 등 세계에서도 유례없을만큼 심각한 대기오염도를 생각할 때, 우리는 우리의 도시행정을 과연 이대로 방임하고만 있을 것인가고 심각한 우울감을 털어버릴 수가 없는 것이다.
오늘날 급진적인 도시화의 경향은 세계 공동의 현상이다. 이에 따라 심각한 주택난·교통난·공해문제가 어느나라할 것 없이 심각한 두통거리로 등장하고 있거니와, 그럴수록 『우리의 사회는 이도시가 위대해지지 않는 한 훌륭한 사회가 될 수 없다』고 한 「존슨」전미국대통령의 말을 상기하게 되는 것이다.
도심의 쇠잔과 교외의 약탈을 막고, 공원과 녹지대를 넓히며, 이웃과의 사이에 상부상조하고 민주적인 인간관계를 수립하는 일들을 근간으로 하는 위대한 도시, 위대한 사회건설의 청사진이 선명하게 제시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즐비하게 고층「빌딩」의 숲이 들어서고 길이 넓혀진다해도 그것은 썩은 나무 위에, 위험하기 짝이 없는 분강적 공작물을 덧붙이는 것에 불과할 것이다.
그리고 위대한 도시건설의 제1보가 다름아닌 상·하수도 시설등 눈에 보이지않고 땅에 묻힌 부분의 견고하고 먼앞날을 내다본 건설에 있음은 더말할 것도 없다. 우리는 서울시가 상수도원의 오염을 막기 위해 이미 상당한 규모의 하수처리장공사를 계획했음에도 불구하고 예산이 이에 뒤따르지 못하는 사정을 모르지 않는다.
그러나 서울시가 얼른 눈에 뜨이는 지하도공사나, 도로확장공사 또는 몇몇 도심지역의 미화공사등에 쏟고있는 정력과 재정을 볼때, 우선 그 우선순위의 선정에 의구심을 느끼지 않을수 없으며, 서울시당국자에 국가백년대계를 제일의적 목적으로 생각하는 행정적 정직성이 과연 얼마만큼이나 있는가를 의심하게 되는 것이다.
보슬비 정도의 봄비에도 엉망진창이 되는 하수구나, 수10만 시민이 매일 왕래하는「버스」노선에도 그것이 잘눈에 띄지 않는 변두리 길이라하여 포장조차 하지 않음으로써 매양 진흙탕의 수라장이 되는 것을 그대로 방치해두는 도시행정은 근본적으로 시민부재의 행정이라고 할수 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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